올 추석도 물량 폭주…택배노동자들 "닷새 휴무? 말 뿐"

기사등록 2022/09/09 15:00:00 최종수정 2022/09/09 15:36:05

백화점·홈쇼핑, 연휴 전날도 배송 요청

힌남노에 노동 강도↑…물량 쏠림 심화

물량 28% 늘지만 분류인력 투입 안 돼

택배노조 "추석대책 이행여부 점검해야"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올 추석 명절 소포우편물은 약 1917만개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2.09.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매년 명절마다 반복되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 문제는 올해 추석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9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에 따르면 정부가 '휴무 보장'을 약속한 지난 8일 대부분 택배 노동자는 '정상 근무'를 했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주요 택배사들이 추석 연휴 이틀 전부터 물품 집화를 제한함에 따라 택배 기사들이 연휴 하루 전날인 8일부터 닷새 동안 휴무를 보장받게 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유일하게 연휴 전날 택배 배송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진 한 업체도 근무계획표는 나와 있지만 배송 지연으로 인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자율근무 방침만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회사 방침이 이 정도면 소장들 눈치도 보이고 90% 이상 기사들은 나가서 일을 한다"고 말했다.

연휴 전날 휴무를 어렵게 만든 것은 택배사의 '큰 손' 고객이다. 택배사가 일반 고객과 달리 홈쇼핑이나 백화점의 택배 물량은 연휴 직전까지 받아주고 있어서다. 늘어난 일감 부담은 고스란히 택배 노동자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택배사들은 거래처 이탈을 막기 위해 배송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명절 성수기마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 문제는 반복돼 왔다. 지난 2020년 이후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한 사례 중 30%는 명절 전후에 발생했다. 최근 5년 간 추석 전후 20일 동안 90일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 노동자는 평소 대비 17.6% 더 많았다. 추석 전후에 일하다 다치는 택배 노동자의 수는 2017년 1061명에서 지난해 2126명으로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폭증하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하다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 추석에도 택배 물량이 평소보다 최대 2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박석운(오른쪽 두 번째부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대표, 김태완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등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대회의실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휴무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2022.09.01. 20hwan@newsis.com
올해는 태풍 '힌남노'가 추석을 앞두고 찾아와 예년보다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 택배 노동자들은 강풍과 폭우 속에 안전을 위협받았고, 악천후로 일을 하지 못한 만큼 물량 쏠림은 심해졌다. 특히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한 지난 6일은 명절 전 마지막 화요일이라 1년 중 물량이 가장 많은 날인데, 전날부터 배송하지 못한 물량이 밀려 7일까지 여파가 미쳤다.

정부는 택배 물량 급증에 대비해 8월29일~9월24일을 '택배 특별관리기간'으로 정하고 과로방지 조치를 실시하고 있지만, 택배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실질적으로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임시인력 6000여명 투입도 마찬가지다. 택배사가 늘어난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터미널을 오가며 화물을 나르는 간선차량을 늘린 게 대부분이고, 실제 택배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줄여주는 분류인력 투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택배노조의 설명이다.

택배노조는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국토부가 2020년 추석부터 특별관리대책을 발표해 왔으나 택배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행 점검을 요구했다. 진 위원장은 "화주들은 압박하고 택배사들은 경쟁사 핑계를 대며 연휴 전날에도 배송 요청을 받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행정권한을 발동해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데 손 놓고 있는 책임이 가장 크다"며 정부에 실효성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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