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①'어린이집 vs 유치원' 갈라선 보육·돌봄…골깊은 40년 갈등

기사등록 2022/07/23 11:00:00

김영삼 정부 이후 매 정권마다 유보통합 언급

어린이집·유치원 이원화…시설·인력 기준 달라

부모 선택 혼란, 누리과정 지원비도 불안정해

"아이들 격차 줄여야…유보통합 반드시 필요"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지난 15일 오전 울산 중구 동천 야외물놀이장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2.07.15. bbs@newsis.com


통일보다 어렵다는 '유보통합' 이슈가 새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해묵은 논쟁들이 다시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아이들이 어떤 곳을 가더라도 평등한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사회적 공감대는 충분하지만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뉜 주무부처와 교사 자격, 양성 체계, 처우, 시설 기준, 누리과정을 둘러싼 회계 정상화 등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유보통합의 필요성과 논쟁 사안, 해결 방안을 놓고 정부 부처,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육과 보육 전문가들의 의견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 구무서 김정현 기자 = 저출생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초등학교 입학 전인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보육·교육계에 따르면 유보통합의 역사는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두환 정부는 탁아소, 어린이집, 기타 민간시설 등 영유아 보육시설을 새마을유아원으로 통합했고 그 결과 유치원과 새마을유아원으로 이원화가 됐다.

1995년 김영삼 정부는 5·31 교육개혁에 유보통합 일원화를 포함했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육아정책연구소를 설립해 유보통합을 추진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누리과정을 통해 교육과정 일부를 일원화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임기 내 유보통합을 완성하겠다며 단계적 유보통합안을 발표했고 국무조정실 산하에 유보통합추진단 구성, 유보통합 모델안 개발 등을 모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유보통합을 주제로 '끝장토론'을 열기도 했다.

유보통합은 유아교육기관인 유치원과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부 소관이고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주무부처다. 부처가 나눠져있다 보니 각 시설이나 인력의 기준, 운영과 평가 형태가 다르다.

일례로, 영유아에게 어린이집에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투입 비용인 표준보육비용은 3세반이 43만2000원, 4~5세반이 39만6000원인데 유치원 교육 과정 운영 경비인 표준유아교육비는 3~5세 평균 사립 55만7000원, 국공립 72만5000원으로 투입 비용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누리과정 비용도 동일한 금액이 지원되지만 급·간식비가 별도 산정되는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누리과정 비용에 급·간식비가 포함돼있다.

과거에는 어린이집이 주로 장시간 보육을 하고, 유치원은 낮 시간 교육에 방점을 뒀지만 어린이집에서 교육 과정을 강화하고 유치원은 보육 시간을 늘리면서 학부모 입장에서 차이점을 체감하긴 어렵다. 교육과정도 만 3~5세는 누리과정으로 동일하게 운영되면서 유사성은 더 높아졌다.

그러나 유보통합 지연에 따른 학부모와 아동의 피해는 명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정희 한국유아교육학회장(경북대 교수)은 "부모 입장에서는 구분이 잘 안 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선택해야 하는데, 보통 부모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혼란이 오게 된다"며 "시설과 인력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평등한 보육과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유보통합 지연으로 통일된 교육 과정 체제 불안과 지원 미미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2012년부터 시행한 누리과정의 경우 교육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보건복지부 소관 어린이집에 투입해야 하는 논란이 있었고, 2016년엔 보육대란이 발생하는 진통 끝에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유특회계)라는 별도의 체제가 만들어졌다.

단 이 회계는 한시적인 시스템으로, 당초 2019년까지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한차례 연장돼 올해 말까지 유효하다. 현재는 이 회계의 일몰 기간을 2년 더 늘리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법령이 확실하지 않은 임시 회계 체제로 구성돼있다 보니 연장이 될 때만 몇만원씩 올려주는 상황"이라며 "질 높은 교육을 꾸준하게 유지하려면 시스템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문영 서울대학교 교수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보육 재정은 2022년 예산 기준 약 11조원, 유아교육재정은 8조2000억원이다. 두 예산을 합하면 19조2000억원이 보육과 교육 체제로 나뉘어 사용되는 실정이다.

또 어린이집의 경우 교육부 소관이 아니다 보니 임용고시를 보는 특수교사가 배치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유보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지난 2017년 육아정책연구소가 유아 교육과 보육을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 학계 전문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 등 5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85.8%가 유보통합 필요성에 동의했다.

지난해 (사)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에서 보육 교사와 원장, 부모 등 2만61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보육 교사 91.8%, 원장 90.6%, 부모 59.5%가 유보통합에 찬성했다.

윤석열 정부는 유보통합을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단계적인 통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저출생으로 아이 하나하나가 더욱 소중해지는 시기에 아이들이 어딜 다니느냐에 따라 격차가 있어선 안 된다"며 "국가에서 이런 부분을 최소화해줘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보통합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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