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채널 약점 딛고 흥행…'짤' 생성하며 인기 증명
"시청률 1%만 넘어도 대박인데, 10% 목전 얼떨떨"
넷플릭스 세계 5위…원소스 멀티유즈로 부가가치 극대화
ENA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우려를 뒤엎고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애초 ENA는 SKY TV와 미디어지니가 손잡고 재론칭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채널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태였다. 더욱이 박은빈은 드라마 ‘스토브리그’(2019~2020)와 ‘연모’(2021)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 ENA 드라마 출연 관련 의문을 품는 시청자도 많았다. 첫 방송 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방송 5회 만에 10% 돌파를 눈앞에 뒀고, ‘ENA 어디서 방송 하느냐’며 자발적으로 채널을 찾아보는 이들도 늘고 있다.
◇박은빈, 인생 캐릭터 경신…극본·연출 조화
박은빈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이 드라마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박은빈)가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영우는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 힐링을 줬다. 영화 ‘말아톤’(감독 정윤철·2005)의 조승우 등 기존에 자페스펙트럼 캐릭터를 연기한 이들을 모방하기보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진심을 더한 점이 통했다. 연출과 극본 조화도 빛났다. 특히 영우가 좋아하는 고래를 극 중간 중간 컴퓨터그래픽(CG)로 삽입해 동심을 불러일으켰다. 극본 초고에는 고래가 없었지만, 유인식 PD와 문지원 작가가 영우의 판타지를 시각화할 수 있는 요소를 고민하다가 택한 소재다. 제작비 200억원이 투입된 만큼, CG에도 공을 들여 완성도를 높였다.
물론 ‘첫 회만 봐도 다 본 것 같다’ ‘다음 회가 궁금하지 않다’는 반응도 있지만, 유 PD 전작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2(2016~2017·2020)처럼 매회 다른 에피소드가 전개 돼 중간 유입이 쉬운 점은 장점으로 작용했다. 1회 0.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6회 9.5%를 찍는 등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 치우는 이유다. 한 관계자는 “애초 SBS와 편성을 논의했지만, KT의 공격적인 투자·지원에 편성을 튼 것으로 안다”면서 “캐스팅 초기 단계부터 ‘극본이 재미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연기·극본·연출 세 박자가 잘 맞아 시너지 효과가 났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짤’ 생성 인기 증명
우영우는 ‘어떤 채널이든 재미있으면 본다’는 걸 증명했다. 그 동안 케이블채널은 시청률 1%만 넘어도 ‘대박’으로 여겨졌다. 우영우 전작인 그룹 ‘하이라이트’ 윤두준 주연 ‘구필수는 없다’는 국내 넷플릭스 톱10에 들었지만, 시청률 1%는 넘지 못했다. 이미 우영우는 첫 방송 전 내부 시사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ENA는 ‘우리도 된다’는 기대에 가득 찼었다는 후문이다.
KT의 공격적인 투자와 ENA의 적극적인 홍보·마케팅도 한 몫 했다. KT는 ENA를 론칭하며 향후 3년간 5000억원을 투자,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ENA 가치가 시장에서 1조원 이상으로 평가 받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 우영우는 채널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ENA 역시 제작비 200억원 외에 홍보·마케팅비를 별도 마련, 우영우 알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요즘 버스, 지하철 등을 타면 우영우 포스터와 음성 광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첫 방송 전후부터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드라마 관련 ‘짤’(인터넷상에서 사진이나 그림 따위를 이르는 말)이 쏟아졌다. ‘여기도 우영우, 저기도 우영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ENA는 구독자 약 20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고몽’과 리뷰 광고도 진행했다. 16일 기준 조회수는 1300만회를 넘었고, 댓글은 8400여 개 달리는 등 큰 홍보 효과를 누렸다.
드라마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짤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최근 업계에서는 커뮤니티 등에 ‘짤이 돌면 성공’이라는 얘기가 나오곤 했는데, 우영우는 입소문을 타면서 2·3차 콘텐츠를 자동 생성하고 있는 셈이다. ENA 관계자는 “옥외·유튜버 리뷰 광고 외 별도로 바이럴마케팅을 한 건 없다. 박은빈씨 팬덤 자체가 두터워 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보통 업계에서 케이블채널 시청률 1%는 지상파 10%라고 본다. 우영우 시청률이 약 10% 나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앞으로 추이가 더 기대된다”고 밝혔다. “초반에는 ENA를 보게끔 홍보·마케팅 작업하는데 신경 썼는데, 이제는 시청자들이 스스로 채널 번호를 알리고 ‘시청률 올려야 한다’고 나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뒷받침…원소스 멀티유즈로 날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는 신생 채널 ENA 약점을 보완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OTT 시장에서 점유율이 절반에 육박, 시청자와 접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도 우영우에 푹 빠졌다. 16일 세계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우영우는 전날 넷플릭스 TV쇼 부문 5위에 올랐다. 14일 6위에서 한 단계 상승했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넷플릭스 ‘종이의 집’ 한국판 등을 제치고 국내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카타르,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 총 10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KT와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원소스 멀티유즈 콘텐츠에 힘을 쏟고 있다. 기획·제작에만 2년 이상 투자한 만큼, 우영우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KT는 브랜드 Y와 함께 일러스트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드라마 명장면을 재해석해 일러스트로 제작했다. MZ세대 핫플레스인 성수동 카페 거리 대형 벽화와 드라마 굿즈, OST 디지털 앨범 커버, 본편 엔딩컷 등으로 선보였다. 에이스토리는 1029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를 겨냥해 웹툰을 선보였다. 글로벌 플랫폼에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총 4개 국어로 연재할 계획이다.ENA 관계자는 “우영우는 에이스토리와 스튜디오지니가 함께 제작,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업을 계속 구상할 것“이라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고 하지 않느냐. ENA도 우영우 인기를 이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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