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장교 1명, 여군 1명 등 2명 쓰러져…행사도중 모두 3명 열외돼
지난 달 해병대 제1사단장 이·취임식 현장에서도 동원 장병들 '휘청'
내빈 "무더운 여름날 도열해 있는 모습, 자랑스럽고 안타까워"
군인권센터 "군 전투력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
15일 오전 경북 포항 해군비행장 내에서 해군항공사령부 창설식이 열렸다. 기존 전단급인 해군6항공전단이 해군항공사령부로 확대 개편되는 역사적인 날로,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이상식 신임 항공사령관에게 부대기를 수여했다.
이날 행사 도중 내빈을 바라보며 도열해 있던 남성 장교 1명이 갑자기 비틀대다가 쓰러졌다. 이 남성은 재빠르게 정신을 차리고서 다시 자세를 유지하려고 했으나, 이를 지켜본 다른 군 관계자의 지시로 열외됐다.
조금 뒤에는 여군 1명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 여군 역시 다시 원래 자세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듯 계속해서 휘청였다.
결국 동료 군인들에 의해 부축을 받으면서 자리를 이탈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3명의 해군이 열외됐다. 이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1일 해병대 제1사단장 이·취임식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사단 종합 전투연병장에서 개최된 이·취임식 현장에 동원된 장병들도 뜨거운 햇볕 아래 한 시간여 동안 도열해 있었다.
일부 병사들은 몸에 이상을 느껴 무릎앉아 자세 등으로 휴식을 취했으나, 미처 본인의 몸 상태를 확인하지 못해 휘청이거나 쓰러지는 모습도 보였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내빈은 "무더운 여름날에 도열해 있는 모습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안타까웠다"며 "군인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이 무조건 참고 견뎌내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군 내부에서는 여전히 창설식이나 이·취임식 등 외부행사가 대외적으로 군기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성이 강한 만큼, 계절이나 온도 등 외부환경에 좌지우지돼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군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행사에 반강제적으로 동원되는 장병들의 여건을 더욱더 고려해야 한다는데도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이취임식 등 행사가 과연 군 전투력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군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불필요하게 땡볕에서 사람을 세워두는 것보다 여름에는 행사를 하지 않거나, 실내에서 하는 등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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