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의회 제일당의 당대표가 총리직을 자동적으로 차지하는 만큼 당대표 거취 문제가 총리직보다 우선시된다.
영국 총리직은 총선을 통한 집권당 교체와 동시에 교체되는 경우와 집권당 내부 사정으로 총선 없이 중간에 교체되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는 집권당 당대표로서 신임을 잃어 자진 사퇴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때 물러나는 당대표는 후임 당대표가 결정되기 까지 총리직은 유지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존슨 총리 겸 당대표에 대한 같은 보수당 하원의원들의 불신이 워낙 깊어 존슨에게는 다른 당대표 때와 달리 차기 당대표 선출 때까지 과도 총리의 예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팽배해 있다. 당장 총리직도 그만두고 다우닝가 10번지 관저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존슨이 원하는 대로 배려해 과도 총리직을 허용하면 연례 당대회가 열리는 10월까지 총리 관저에서 남아서 무슨 국정 농단의 술책을 부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존슨 직전의 테레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문제로 존슨 등 매파의 술수에 걸려 결국 2019년 5월 당대표 중도 사퇴를 결정했다. 이때 메이 총리는 과도 총리로서 7월 존슨이 보수당 당원 일반투표에서 최종 당대표로 선출될 때까지 정부와 국정을 담당했다. 318명의 보수당 하원의원들이 이를 허용한 것이다.
현재 360명인 보수당 하원의원 과반이 존슨의 당대표와 총리 직 동시 사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6월6일 당대표 불신임안 투표 때 41%가 반대했다.
5일(화) 저녁8시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의 기습 사퇴 및 그 10분 후 이어진 리시 수낙 재무장관의 사퇴로 촉발된 존슨 '당대표 절대불신임' 바람은 37시간 만인 7일 오전9시에 존슨의 당대표 사임 결정을 이끌어냈다. 여기에는 한 달 전 불신임 투표 때 신임 표를 던졌던 존슨 총리 정부에 기용된 의원들이 이번에는 우루루 사퇴 성명을 발표하고 존슨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 결정적인 동인이 되었다.
보수당 하원의원 360명 중 130명 정도가 정부의 장관, 부장관, 차관, 국내 특사 및 의회파견 보좌관으로 기용됐다. 자비드와 수낙 사퇴 후 36시간이 지나면서 정부 고위직에 발탁된 이 하원의원 중 59명이 존슨의 당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뜻에서 자신의 정부직 사퇴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그런 만큼 한 달 전 신임 표시했던 211명 의원 중 최소한 반 이상이 불신임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존슨의 당대표와 총리직 동반 사퇴를 요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