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과반 승리' 자신하며 대선 두달 만 선거 등판
'민주 텃밭' 인천계양서 예상 밖 접전…지역에 발묶여
'이재명 효과 못느껴' 내부 불만…책임론 불가피할 듯
8월 당권 도전 기정사실화…친문-친명 갈등 수면 위로
홍영표-전해철 "선거 책임자들 한 발 물러서야" 책임론
조응천 "李, 지선 대참패 일원…전당대회 쉽지 않을 것"
'친이' 정성호 "선당후사로 단합"…책임론 우회적 반기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던 이 위원장이 사실상 '나홀로 귀환'을 한 데 대해 당초 기대하던 '이재명 효과'는 커녕 '이재명 역효과'가 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 위원장의 오는 8월 전당대회 도전이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한동안 잠복해있던 '친명(親明)계'와 '친문(親文)계' 간 갈등이 당권 경쟁 과정에서 터져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개표가 완료된 지방선거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호남과 제주 등 전통적인 우세지역 4곳에 더해 경기 등 총 5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힘에 자리를 내줬다.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8900여표 차이의 신승을 거뒀고,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과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등은 모두 고배를 마신 셈이다.
대선 패배 후 두 달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했던 '이재명 효과'가 사실상 없었다는 평가다.
앞서 당은 이 위원장이 '민주당 텃밭'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출마해 안정적인 상태에서 수도권은 물론 전국 유세에 나서며 선거 전체를 견인하는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선거 날이 가까워 올수록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위원장이 무명에 가까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예상 밖 접전을 벌였고,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인천 지역에 발이 묶였다.
여기에 선거가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때 돌연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놓으면서 당시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 등 일부 지역 후보들과 불필요할 마찰도 빚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 위원장이 두달 만에 등판한 명분은 민주당 전체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인데, 뒤로 갈수록 본인 지역에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의 캠프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이 위원장이나 민주당에 대한 지역 민심이 좋지 않았다"며 "당장 수도권에서도 힘을 못 쓰는데 지역에서 힘을 받았겠나"라고 이 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 위원장을 향한 책임론은 오는 8월 예정된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더 강하게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상수로 보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 당선으로 원내 입성 후 차기 당 대표로 거대 야당을 이끌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당내 기반을 다지면서 대내외적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란 계산이다.
친명계와 친문계 의원들은 대선을 전후로 물밑 신경전을 벌여왔지만, 선거를 앞두고 단일대오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명분 아래 '원팀' 기조를 유지하며 갈등 표출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당장 이 위원장이 얼굴로 활약했던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하면서 친문계 의원들이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 들며 본격 당내 주도권 싸움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친문계 의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이 위원장을 겨냥하는 듯한 페이스북 메시지를 내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1 지방선거 참패를 두고 "사욕과 선동으로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비판하며 "이제 민주당은 당원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전해철 의원 또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과 지난 대선 경선에서 맞붙은 이낙연 민주당 전 당 대표도 "대통령선거를 지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며 이 위원장을 직격했다.
일부 의원들도 이 위원장의 전당대회 도전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위원장이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된 데 대해 "상처 뿐인 영광"이라고 평가하고, 차기 당권 도전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이 대참패의 일원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저는 (이 위원장이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나오시는 것보다는, 어떤 한 걸음 좀 물러서서 전체 판에 대한 일정한 조율 정도 그리고 숙고의 시간(을 가지는) 이런 게 좋겠다"고 전했다.
다만 이 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국민들께서 다시 매서운 회초리를 내려치면서도 가느다란 희망은 남겨놓으셨다"며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했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친문계 의원들이 '이 위원장의 책임론'을 앞세우는 점 등을 염두에 둔 메시지로 읽힌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 또한 페이스북에 "특정인을 겨냥해서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형식은 제대로 된 평가라고 볼 수 없다"며 "내용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비공개 비대위 회의를 열고 지도부 사퇴를 포함한 향후 당의 행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비대위 총사퇴 후 혁심위 구성을 바로 띄우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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