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프리다'는 '고통의 여왕'이라 불렸던 멕시코의 위대한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인생을 무대로 가져왔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더 라스트 나이트 쇼'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프리다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이야기와 지금까지 만났던 인물에 대해 솔직하게 꺼내든다.
6살, 어린 나이부터 그녀에게 주어진 삶은 순탄치 않았다. 소아마비를 겪게 된 그녀는 외로웠고, 주변의 따돌림은 혹독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가혹한 삶이 밝게 빛날 때마다 그녀를 덮쳤다.
세 번의 사이렌. 그녀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마다 빨간불의 사이렌이 맹렬하게 울린다. 첫 번째 사이렌은 꿈으로 가득찬 18살 소녀의 삶을 엄습했다. 첫사랑으로 설레던 소녀는 어느 날 큰 교통사고를 당한다. 철근이 허리와 자궁을 관통하고 온몸이 부서지면서 수개월을 꼼짝없이 누워있던 때, 죽음이 그녀를 찾아와 속삭인다.
그림이라는 새로운 빛을 찾은 그녀에겐 사랑도 다가온다. 21살의 나이 차에도 멕시코의 최고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와 사랑에 빠졌고, 결혼해 부부이자 예술적 동지로 행복한 삶을 보냈다. 하지만 그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디에고는 바람피는 걸 그만두지 못했고, 심지어 그녀의 동생에게까지 손을 뻗쳤다.
"인생의 두 번째 사고는 디에고를 만난 것"이라고 할 정도로 그녀는 그를 용서할 수 없었고, 절망의 늪에 빠졌다. 심장이 찢기는 고통 속에 죽음의 그림자는 또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그녀는 두 다리를 딛고 걸어갈 수 있음을 되새기며 다시금 한 걸음씩 나아갔다.
네 명의 여성 배우가 보여주는 카리스마와 파워풀한 에너지는 소극장 무대를 빈틈없이 꽉 채운다. 짜임새있는 극과 감각적인 무대 연출로 프리다의 삶의 문을 하나씩 열어가며 묵직하게 담아내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시원한 노래 실력과 연기로 장악한 진정한 '언니들'의 무대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최정원은 프리다 그 자체로 변신했다. 극중극 형태의 쇼로 시작하는 무대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보여주던 그는 프리다의 굴곡진 인생 지점지점으로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섬세한 연기와 몸짓,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고통과 환희를 오가는 프리다의 삶을 보여주며 뭉클함을 안긴다.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중소극장 뮤지컬로, 소극장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무대와 가까운 접근성을 십분 활용해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교감한다. 인생의 변곡점마다 함께 보여주는 프리다의 그림들은 당시 그녀의 상황에 감정을 더 이입시키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학로 뮤지컬계 황금 콤비인 추정화가 극작 및 연출을, 허수현이 작곡 및 음악감독을 맡았다. 또다른 '프리다'인 김소향을 비롯해 전수미, 임정희, 최서연, 황우림도 출연한다. 오는 5월29일까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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