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라인'넘은 北…文 한반도 평화 구상 '원점으로'

기사등록 2022/03/24 20:13:27

문 대통령, NSC 긴급회의 소집…北 ICBM 발사에 강력 규탄

임계선 넘은 北…정부·군 2017년 북핵 위기 수준 대응 실행

임기 말 대화 동력 부족…안정적 정세 차기 정부 이양 주력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2.03.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성진 안채원 기자 = 북한이 약 4년4개월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5년 간 공들인 한반도 평화 구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 1월 핵 실험과 ICBM 모라토리엄(유예·중단)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최근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ICBM 산실'이라 불리는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재건에 들어갔다.

아울러 영변 핵 단지와 풍계리 핵 실험장 등에서도 움직임들이 감지되면서,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핵 실험 가능성을 놓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극초음속 무기, 군 정찰위성, 수중·지상 고체연료 ICBM, 핵 잠수함 및 수중 발사 핵 전략무기, 무인정찰기 등 안보 위협으로 평가되는 '5대 과업' 완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종전선언'을 제안하면서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평화구상이 '시계 제로' 상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문 대통령은 올해 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현 상황을 봤을 때 평화구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그동안 추진해 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현이 임기 내 어렵다는 인식을 내비친 바 있다.

[서울=뉴시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2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ICBM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고각 발사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일 평안남도 일대에서 방사포를 4발 쏜 데 이어 4일 만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이에 따라 북한 도발 수위에 맞춰 당분간 '힘을 통한 평화' 안보 전략 기조를 바탕으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차기 정권에 이양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2시34분께 동해상으로 ICBM급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고각 발사했다. 정점 고도는 6200㎞ 이상이었고 사거리는 약 1080㎞였다. 비행시간은 1시간10분 여다.

아직 정확한 탄종은 분석 중이지만 군 안팎에선 화성-17형 ICBM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에 대해 정찰위성 개발이라 주장했던 만큼 이번에도 위성 개발이라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ICBM 발사 직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긴급회의 소집은 북한이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을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NSC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며 "한반도와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고 유엔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23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서주석 제1차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인 바,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2022.03.24. bluesoda@newsis.com
특히 김 위원장 이름을 직접 지칭하며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북한의 도발 양상이 2018년 '한반도 봄' 국면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이같은 인식은 이날 군 당국과 정부의 대응에서도 확인됐다.

군은 이날 북한 ICBM에 대응해 오후 4시25분부터 동해상에서 합동 지해공 미사일을 발사했다. 군이 발사한 미사일은 현무-Ⅱ 지대지 미사일 1발, 에이태큼스(ATACMS) 1발, 해성-Ⅱ 함대지 미사일 1발,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 2발 등이다.

외교안보 부처에서 담당해왔던 정부 성명도 청와대 주도로 발표했다.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은 ICBM발사에 대해 "국제사회의 요구와 외교적 해결을 위한 유관국들의 노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이날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 프로세스는 지난 2017년 북핵 위기 당시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그만큼 2018년 이전으로 역행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대한 우려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택=뉴시스] 김종택기자 =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고공정찰기 U-2S가 착륙하고 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발사체가 ICBM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한미는 '레드라인'을 파기한것으로 간주하고 강경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22.03.24. jtk@newsis.com
문 대통령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로 복귀시킬 동력이 부족한 만큼, 다음 달 김일성 생일 계기 등 추가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안정적인 한반도 정세를 차기 정부에 물려주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NSC 직후 별도 참모회의를 소집해 서훈 국가안보실장에게 "(윤석열 당선인에게) 대응 계획을 브리핑하고, 향후에도 긴밀히 소통하라"고 지시한 것도 정권 이양 관련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당선인과의 상황 인식을 공유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차기 정부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평소의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당선 직후부터 대화보다는 즉각적인 군사대응에 초점을 둔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조함에 따라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의 ICBM 발사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구상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북한이 핵 실험까지 준비한다는 전망이 제기된 상황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선 무리하게 국방부·합참 청사를 이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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