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원하자 尹 "퇴원하셨다니 한번 찾아뵐 계획"
朴 화해하면 보수 지지세↑…국정 동력 확보에도 도움
文대통령보다 먼저 만날지, 취임식 전에 만날지도 관심
박 전 대통령이 이날 병원에서 퇴원한 뒤 대구 달성군에 있는 사저로 거처를 옮기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윤 당선인에게 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 성사 및 화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과 쌓인 앙금을 풀고 보수층을 결집할 수 있을 것인지가 윤석열의 리더십과 맞물려 시험대에 올랐다.
윤 당선인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팀에서 수사4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징역 30년을 구형한 악연이 있다. 이전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권의 외압을 폭로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의 소신을 상징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박근혜 정권의 외압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이런 질긴 악연을 뒤로 하고 일단 박 전 대통령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정당의 근간은 보수 색채가 강한 대구를 중심으로 한 TK(대구·경북)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윤 당선인이 집권 초반 국정 운영 동력을 최대한 확보해나가려면 보수 진영의 결집과 강한 지지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TK 중심부이자 보수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대구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윤 당선인이 보수층의 지지세를 얻기 위해선 박 전 대통령과의 구원을 끊고 화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의 퇴원 소식이 전해진 뒤 윤 당선인이 "건강이 회복돼서 사저에 가시게 돼 다행"이라며 "제가 내주부터 지방을 가볼까 하는데 퇴원하셨다니까 한번 찾아뵐 계획"이라고 화해무드 조성에 나선 것도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보수진영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무게감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 주부터 윤 당선인이 지방 행보에 나서기로 한 만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추후 영남 지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뤄지는 모습으로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 신구(新舊) 권력 갈등으로 불릴 만큼 역대 정권 이양기에서 전례를 볼 수 없었던 극한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청와대 이전 문제에 관한 이견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 총재 인사나 인수위의 법무부 업무보고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 시점을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국면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청와대 회동 무용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을 먼저 예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선인 쪽에서도 "만날 이유가 없다"며 청와대 회동에 냉소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대통령 당선인이 현직 대통령을 '패싱'한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커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현직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부하면서 전직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 당선인이 집권 시 국정 기조로 중시하겠다는 협치에도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된다.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 시점도 관건이다. 5월10일 대통령 취임식 전에 만남이 성사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면 취임 후 만남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선인 쪽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만남을 갖는다면 취임 전 대구를 찾아 예방하길 바라는 눈치다.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한 만큼 윤 당선인이 직접 찾아가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하고 취임 전에 화해하는 것이 국민통합 차원에서도 상징적인 장면이 될 수 있다. 취임 후에는 당선인 신분에서 대통령 신분으로 바뀌는 만큼 정치적 행보에 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냉랭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점이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에선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을 별도로 낸 적이 없다.
대표적인 '친박' 정치인으로 알려진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윤 당선인의 예방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요구하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의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참석 여부가 윤 당선인과의 관계 개선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얘기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을 취임식에 초청할 경우, 참석과 불참할 확률은 반반이지만,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취임식에 참석한다면 윤 당선인과의 구원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정치적 재기를 노릴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꿈들이 있다.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며 "좋은 인재들이 대구에 도약을 이루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작은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이 힘을 보태겠다고 한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주요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보수진영에서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윤 당선인에 대한 감정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이 취임식에 불참하고, 그 후에도 건강 회복을 이유로 만남 자체를 거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윤 당선인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 예방을 타진하며 '성의'는 표시하겠지만, 중도층이나 진보층의 반발을 의식해 박 전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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