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력에도 美 종전 선언 불안감 여전
北·中, 대가로 한미 동맹 약화 시도할 듯
종전 선언하면 유엔사 존립 근거 약화
유엔사를 나토처럼 확장하자는 의견도
미국에서는 종전 선언으로 유엔군 사령부 등 정전 협정 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 정부는 "정전 체제의 법적·구조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연일 미국 정부를 안심시키려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 역시 종전 선언은 주한미군과 관련이 없다고 재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우려는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종전 선언은 70년간 이어져온 한미 동맹의 목적을 변경시키는 심대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종전 선언은 주한미군 등 한미 동맹의 구조와 직접적으로 연관돼있다고 지적한다.
박병철 동아대 교수는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동맹의 딜레마- 한국의 전략적 선택' 논문에서 "종전 선언이 추진된다면 주한미군의 지위, 역할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종전 선언 당사자인 북한과 중국은 종전 선언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에 청구서를 제시할 전망이다.
향후 종전 선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2016년 조선반도 비핵화 개념을 제시하며 최종적인 비핵화를 위해서는 그에 앞서 한미 동맹이 해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북한은 북미 간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과정에서도 비핵화 조건으로 미국 핵 전략자산 한국 철수, 한미 전략자산 훈련 중지, 재래식·핵무기 공격 포기, 평화 협정 체결, 북미 수교를 중점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에 종전 선언이 이뤄지거나 평화 체제가 수립되면 중국은 한미 동맹의 역할과 주한미군 지위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에도 불구하고 유엔군 사령부가 해체되지 않고 주한미군이 주둔할 경우 이에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북한과 중국의 기대와 달리 한국과 미국 정부는 종전 선언 이후에도 동맹을 유지·발전시키려 한다.
그러나 종전 선언은 한미 동맹의 현상 유지를 허락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종전 선언이 이뤄질 경우 정전 협정과 종전 선언이 병존하는 가운데 양자 간 모순이 드러나게 된다.
제성호·김수경(중앙대)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 비핵화-평화 관련 합의의 단계별 이행구도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이런 상황에서는 휴전협정상의 DMZ 관리체제인 군사정전위원회가 전혀 작동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한반도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새로이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종전 선언이 이뤄지면 남북 간 정치적 적대관계가 해소됐음에도 북한을 주적 또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 북한이탈주민보호법,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법, 북한인권법 등이 효력을 유지하는 모순이 드러나게 된다.
아울러 종전이 선언되면 6·25 전쟁을 근거로 설치된 유엔군 사령부의 정치적, 군사적 정당성이 소멸된다.
최철영 대구대 교수는 '한국전쟁 종전선언의 법적 쟁점과 과제' 논문에서 "한국전쟁의 종전 선언이 법적인 합의라면 유엔군 사령부의 해체는 법적 당위가 되고 즉각적인 해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엔 헌장이 규정하고 있는 유엔의 각국 주권에 대한 존중 원칙을 위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엔사를 해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유엔사를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된다.
송승종 대전대 교수는 '유엔사령부의 국제법적 위상에 관한 재조명' 논문에서 "북한은 유엔사를 유령기관, 불법기관으로 부르며 금방 없어져야 할 존재인 것처럼 폄훼하고 있다"며 "북한에게 유엔사 해체는 미군 철수라는 당면목표를 완수하고 최종목표인 전 한반도 공산화를 위한 징검다리"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또 "많은 사람들은 종전 선언, 북핵 묵인, 평화협정 체결, 유엔사 해체, 미군 철수, 한미동맹 폐기를 충분히 실현가능한 시나리오로 간주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유엔사는 가장 약한 고리다. 그러므로 가장 약한 고리를 보완하는 것 한미 동맹이 해결해 나가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문제의 해법은 NATO의 전례에 있다. 냉전적 전형인 한미 동맹이 탈냉전기 정체성 변화와 재정립으로부터 문제를 해결한 NATO의 경험을 본받는다면 존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미동맹을 NATO처럼 한반도 평화의 주축으로 존속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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