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참사 이면 계약 현장소장, 첫 재판 '혐의 부인'

기사등록 2021/09/09 15:05:32 최종수정 2021/09/09 15:31:12

"철거 작업 지시할 위치 아냐, 주의 의무 없어"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광주 동구 학동 주택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철거 건물 붕괴와 인명 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된 철거업체(이면 계약) 현장소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광주지법 형사 8단독 박상수 부장판사는 9일 202호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철거업체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49)씨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김씨는 수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공사로 지난 6월 9일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에서 철거 중인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시내버스 탑승자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 공정별 하청 철거 계약 구조는 ▲일반 건축물(재개발조합→현대산업개발→한솔·다원이앤씨→백솔) ▲석면(조합→다원이앤씨→백솔) ▲지장물(조합→한솔·다원이앤씨·거산건설)로 파악됐다.

재개발사업을 따낸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철거 업체 ㈜한솔에 일반 건축물 철거 하청을 줬다.

한솔은 다원이앤씨와 이면 계약을 맺고 일반 건축물 철거 공사 이익금을 '7대 3'으로 나눈 뒤 실제 공사는 광주 지역 신생업체 백솔(사실상 1인 기업)에 재하청을 줬다.

수사기관은 "한솔·다원이앤씨 현장소장으로부터 이중 지시를 받았으나 주로 다원이앤씨 소장이 실질적인 철거 공법을 지시했다"는 재하청업체 작업자들의 진술읕 토대로 김씨가 여러 공정을 감독·지도했다고 봤다.

다원이앤씨는 이른바 '철거왕'으로 불린 회장의 다원그룹 계열사다.

검사는 ▲건물 외벽 강도와 무관한 철거 작업 진행(해체방법 미준수·임의 해체) ▲1층 바닥 하중 증가에 대비한 지하 보강 조치 부실 ▲과다 살수가 붕괴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와 함께 일한 시공사와 하청·재하청업체 관계자, 감리 등이 이러한 날림 공사로 인명사고를 낸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김씨는 "철거 작업을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업무상 주의 의무와 사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10월 14일 열린다. ㈜한솔 대표이사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 철거 공정 지시 체계, 이면 계약 과정 등에 대한 신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 철거 공사비는 불법 재하도급 구조와 이면 계약을 거치면서 3.3m²당 28만 원→10만 원→4만 원까지 크게 줄었고, 건물 해체 물량이 뒤에서 앞으로 쏠리는 수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날림 공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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