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공정' 브랜드, 각종 논란으로 상처나
여전히 '반사체'인 尹…자신만의 비전 못 보여줘
尹 '외부' 인사 이미지 발목…홍준표는 '우리' 사람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견고한 '1강' 자리에서 군림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흔들리고 있다. 대권 재수생인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이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면서다. 더 큰 문제는 윤 전 총장이 고전 중인 지지율을 해결할 돌파구를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발 사주' 의혹까지 더해지며 윤 전 총장은 사면초가에 내몰린 모습이다.
'골든 크로스' 위기…尹캠프 "여론조사 문제" 애써 위로하지만
7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에 야권 대권후보 적합도를 물은 조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주 대비 7.7%p 하락한 29.0%를 기록했다. 홍준표 의원은 0.4%p 상승한 28.5%를 나타내며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0.5%p로 좁혀졌다.같은 기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범보수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도 홍 의원은 26.3%의 지지율로 윤 전 총장(28.2%)을 바짝 따라 붙었다(두 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윤석열 캠프 측은 이같은 조사에 "여론조사 업체마다 수치가 다르다"며 문제의 원인을 조사 기관의 문제로 돌렸지만 위기론을 피하기엔 역부족이다.
지지율 하락, 원인은 ①윤석열 브랜드에 악재 ②빛 잃은 '반사체' ③'우리 사람' 홍준표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이 야권의 대안으로 떠오른 건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을 실현할 대안으로 지목되면서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범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은 이같은 윤 전 총장의 브랜드 가치를 깎아내렸다. 윤 전 총장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대표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고발 사주 의혹은) 정치 공작"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제가 검찰총장 시절에 국민들이 다 보셨지만, 검찰총장을 고립화해서 일부 정치 검사들과 여권이 소통해가면서 수사 사건들을 처리한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이번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민 '검찰 권력 사유화' 프레임에 휘말리며 윤 전 총장의 '공정'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유권자가 늘어났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도 "검찰총장의 묵시적 지시 없이 가능한 일인가"라며 은근한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윤 전 총장이 여전히 '발광(發光)'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그는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문재인 정권과 각을 세워 지지율을 얻은 반사체라는 공격에 시달렸다. 윤 전 총장 역시 "국민의 부름에 나왔다"며 이를 크게 부인하지 않았다.
이제는 스스로 빛을 내며 '문재인의 대안'으로 떠올라야할 시점이나 여전히 그의 정책과 메시지는 모호하다.
지난달 예비후보 비전 발표회에서 윤 전 총장은 원희룡 후보의 캐치 프레이즈인 '국가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 문구를 그대로 따라해 비난을 샀다. 그의 '원가주택' 공약은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주택' 공약의 짝퉁이라는 비난까지 샀다.
국민의힘 입당 후에도 남아있는 '외부인' 이미지 역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한 건 지난 7월30일, 이날(7일) 기준으로 고작 한달을 넘겼다.
반면 홍 의원은 1996년 신한국당 시절부터 국회의원을 지낸 뿌리 깊은 보수당 정치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마땅한 주자가 없던 지난 대선에서는 구원 투수로 등장, 24.03%의 득표율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1.41%)를 누르고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를 놓고 "윤석열, 최재형으로 흩어졌던 유권자의 마음이 홍 의원의 복당 이후 '우리 사람'인 그에게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분수령은 '1차 컷오프'…확실한 우위 보여줘야
이달 15일로 예정된 '1차 컷오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위기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에 오세훈 후보 역시 상당한 경쟁력을 보이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에서 빠르게 등을 돌렸다.
둘 다 민주당 후보를 꺾을 수 있다면, 굳이 '남의 당' 후보를 세우지 않겠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이미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공정의 여론조사를 보면 홍 의원(46.4%)은 민주당의 이재명 경기지사(37.7%)와의 양자 대결에서 오차 범위 밖(8.7%P)으로 앞질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홍 의원 역시 이 지사에 우위를 보인 것이다. 이 가운데 윤 전 총장이 1차 컷오프에서 확실한 1등 후보임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당심은 '확실한' 우리 당 사람인 홍 의원에게로 쏠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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