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매도' 연기금…유독 삼전 파는 이유는

기사등록 2021/08/21 18:00:00

연기금, 이달 삼성전자 3200억원 매도 나서

코스피 매도 물량 중 삼성전자 42% 차지해

시총 비중 크고 반도체 업황 우려 작용한듯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를 팔아치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를 매도하는 주체 가운데 외국인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연기금의 코스피 매도 금액 중 삼성전자 비중이 42%에 달해 반도체 업황 우려에 대한 시각도 담긴 매매로 해석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 3263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이는 외국인(6조1918억원)에 이어 삼성전자에 대한 2대 매도 주체에 해당한다.

연기금의 삼성전자 매도는 지속돼 왔다. 지난달 연기금은 삼성전자 5068억원어치를 팔아치웠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무려 8조1192억원을 매도해 외국인 매도 규모(1조3243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연기금의 지속 매도에 영향을 받아 삼성전자는 최근 8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하며 7만2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지난 20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0.55% 내린 7만2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에는 3.38% 하락하는 등 최근 들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연기금의 삼성전자 매도는 국내주식 비중 축소와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팔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7726억원을 매도했다. 지난달 1조4400억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남은 거래일 동안 매도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연기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은 지난 4월 전략적 자산배분(SAA) 이탈 허용범위를 ±1.0%포인트 넓혀 코스피에서 매도되는 금액을 줄이기로 했다. 이탈할 수 있는 범위를 늘려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초과하더라도 자동으로 매도하지 않게 하려는 취지에서다.

국민연금이 이러한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연기금의 코스피 매도는 그치지 않는 추세다. 개선 방안이 도입된 이후 코스피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국내주식 비중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연기금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황 고점 우려에 따라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이달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한 금액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2.2%에 달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19.05%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다. 단순히 시가총액만으로 매도한 게 아니라 연기금 운용역과 위탁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이 앞으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종목이 상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최근 디램(DRAM) 가격이 떨어지는 등 메모리 반도체 고점 논란이 커지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크게 내렸다. 연기금 또한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반도체 종목에 대한 매도 규모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집중된 영향도 받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연기금은 대신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신규로 코스피에 입성한 새내기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 시가총액이 큰 새내기 종목인 만큼 앞으로 패시브 펀드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돼 미리 사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조기 편입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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