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피해' 출판사, 국가배상 승소…"불법 명백"

기사등록 2021/08/19 20:00:32

창비 등 출판사 11곳 국가상대 손배소

1심, 원고 일부 승소…문학동네는 패소

"정부 비판했다고 제외…헌법 위반돼"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출판사들이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법원에서 일부 받아들여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박석근)는 19일 창비 등 11개 출판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출판사들은 국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총 11곳을 상대로 총 5억여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을 냈다. 다만 출판사들이 순차적으로 소를 취하해 재판부는 국가의 배상 책임 여부만 판단했다.

지난 2014∼2015년 세종도서 선정 과정에서 '문제도서'라는 명목으로 총 22종의 도서가 제외됐다. 출판진흥원은 당시 도서들을 심사해 세종도서로 선정하고 출판사로부터 각각 1000만원 상당의 선정 도서를 구매해 공공도서관에 보급했다.

선정 대상에서 제외된 서적으로는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 공지영의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등이 포함됐고,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번졌다.

이후 김 전 실장 등은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예술인 및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소위 '블랙리스트'를 만들게 하고, 이를 집행하도록 지시·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이 사건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 조사와 문체부 자체 조사를 종합하면, 정부비판·이념편향 등의 서적이 세종도서로 선정되지 않도록 하라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일부 도서가 사업 선정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는 이유 등으로 상당한 범위의 문화예술인이 집필한 도서를 선정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 행위로 불법행위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시국선언 참여 문인, 밀양 송전탑 반대 등 정부 비판적 활동에 참여한 문인, 야당인사 지지 표명 문인들을 주된 배제대상으로 한 것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무원들의 위법 행위로 인해 출판사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돼 출판사 내지 운영자들의 명예나 신용이 훼손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세종도서 납품이익 상당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출판사들에게 710만원~324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5년 5종 미만의 도서만 선정하라는 지시로 손해를 입었다는 문학동네와 창비의 청구는 당시 일부 표절 및 사재기 논란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각됐다. 창비의 경우 2014년도 배제 사례 관련 청구를 인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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