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출범 20주년 비대면 기자간담회 개최
여가부 폐지론 일축…"사회적 차별 전담부처"
공공기관 성범죄 여가부 통보…"법적 보완 필요"
정 장관은 14일 여가부 출범 20주년을 맞아 개최한 출입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최근 여성가족부를 둘러싼 국민들의 우려와 지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력단절과 저출산 현상,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성별 임금격차, 일상을 위협하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 문제 등을 생각할 때, 성평등 가치를 확산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문제를 전담해 해결해 나갈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 기능은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국제적으로도 2020년 기준 UN WOMEN에 등록된 194개 국가 중 97개 국가에 여성 또는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장관급 부처 또는 기구가 설치돼 있다"며 "그동안 여성가족부가 해온 일 중 부족한 부분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앞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여가부 역할론…"사각지대 찾고 부처 연결하는 것"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여가부 폐지론'을 둘러싼 질의가 쏟아졌다. 여가부 폐지론을 주장하는 측은 부처간 기능 중복을 지적하고 있다.정 장관은 여가부의 역할론을 묻는 질문에 '사각지대를 찾아 지원하고 부처 간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경력단절여성 문제, 한부모가족정책, 양육비이행법 등 기존 복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각지대들이 바로 여가부의 사업 영역"이라며 "여가부가 정부 각 부처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며 추진할 때 성차별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아제약 채용차별 등 민간영역의 채용차별 문제는 여가부와 고용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을 함께 제정·권고할 때 훨씬 효과적이다. 성범죄와 관련해서도 경찰이 일련의 피해자 지원까지 담당할 수 없다. 이러한 사각지대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여가부가 맡아서 해왔다"고 덧붙였다.
보다 직접적으로 여가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성평등 관점에서 정부 운영을 감시하는 주체'라고 답했다.
정 장관은 "여가부가 없다면 누가 성인지적 관점을 점검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성별영향평가를 통해 개선한 주요사례를 보면, 유족보상연급 수급에서 남성의 연령 제한을 폐지하거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서 남녀 차이를 폐지해 아빠의 돌봄기반을 확대했다.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남녀 모두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성별영향평가제도와 성인지 예산제도를 운영한다. 성별영향평가는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특성과 사회·경제적 격차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성인지 예산제도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는 것으로, 분석 결과를 예산에 반영해 재원의 배분 구조와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공공기관 성폭력 개입·감시 권한 확대돼야
이달부터 강화된 법에 따라 공공기관장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되면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하고, 3개월 내에 재발방지대책을 제출해야 한다. 장관은 중대 사건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시정이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시정조치를 강제할 수 없는 데다 조직적 은폐를 막을 근거가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해선 신속한 사건 처리,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조직문화 개선, 기관 자체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거나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년 실시하는 점검에서 공표하고 기관장 교육 등 다양한 노력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가부 초기에는 남녀차별금지법에 따른 성차별 조사 및 구제업무를 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성차별·성희롱 시정업무가 국가인권위원회로 가면서 조사에 한계가 있다"면서 "보육과 돌봄 업무도 가족정책과 연계해 추진하는 게 효율적인데 현재 보육업무는 복지부로 이관돼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과거에 비해 권한이 약화됐는데 이번 법 개정으로 공공기관 성범죄에 초기부터 개입할 수 있게 됐다"며 "업무가 효율적으로 추진되기 위해 법적 보완도 필요하다.기관들이 법을 지킬 수 있도록 평가에 반영하고 여가부 내 대응조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 명칭, 양성평등부(가칭)로 바꿀 수 있다
성차별적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여가부의 명칭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전향적 입장도 내놨다. 정 장관은 "여가부에서는 성평등정책 못지 않게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며, 부처의 영어 이름도 성평등가족부(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라면서 "양성이 공존하고 함께 발전해가는 사회가 되기 위해 필요하다면 성평등부나 양성평등부로 개편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김대중 정부가 만든 대통령 소속 여성특별위원회가 2001년 정부 부처로 격상되면서 여성부로 신설된 후 2005년 여성가족부로 확대·개편돼 현재에 이르렀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김희정 전 여가부 장관이 양성평등가족부로 명칭 변경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또 청소년 인터넷 게임 셧다운제(심야 시간 이용제한)에 대해서도 하반기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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