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당수·유력 대선주자 첫 상견례
양측 모두 입당, 경선참여 등 논의 부인
일각선 경선룰 변경에 영향 미칠 지 주시
양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일 회동은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먼저 연락해 성사됐다. 윤 전 총장이 6일 지방 민생행보를 마친 후 서울로 돌아오면서 '목이 칼칼한데 맥주나 한 잔 할 수 있느냐'고 공식 일정에 없던 만남을 제안했고, 이에응한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찾아오면서 첫 만남이 이뤄졌다.
윤 전 총장과 이 대표가 배석자를 두지 않은 채 한 시간 정도 나눈 '밀담'을 두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대선을 8개월 앞두고 야권 대권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윤 전 총장과 정권교체라는 가장 큰 과제를 안고 있는 이 대표의 회동이란 점에서 상당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설사 밀도있는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더라도 야권 통합의 주도권 싸움에 앞서 탐색전을 벌였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 대표는 9일 CBS라디오에 "정치얘기만 했다"며 "예를 들어 향후 구상을 공유한다기 보다는 주로 윤석열 총장이 퇴임 이후에 어떤 행보를 하셨는지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적인 자리였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단지 맥주잔만 부딪치고 헤어졌을리 만무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대표의 말대로 '정치' 관련 대화가 오갔다는 점에서 입당이나 경선룰(규칙)과 같은 휘발성이 강한 이슈를 테이블 위에 올리진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의중을 살피지 않았겠냐는 관측이다.
윤 전 총장은 이른바 '빅 플레이트론(Big plate·큰 접시)'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이에 반해 이 대표는 '비빔밥론'으로 야권통합의 밑그림을 제시한 바 있다. 결국 '빅텐트'를 치자는 데에는 궁극적으로 의견이 일치하는 만큼 방법론에 있어서 '합'을 이뤄내는 게 숙제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전직 대통령 구속으로 국민의힘 당원들의 불신을 사고 있는 만큼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 비중을 높여 주면 입당을 고려해보겠다는 의중을 드러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로서는 홍준표 의원을 제외한 다른 대선주자들이 여론조사의 비중을 높이는데 대체로 찬성하고 있는 만큼 대선 주자들끼리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뤄내거나 다수가 찬성하면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경선룰 변경에 대한 의중을 타진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단 이 대표는 당내 대선 후보를 2단계에 거쳐 4명으로 압축해 본경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둔 바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대통령 후보자는 당원 투표 50%와 일반인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선출하기 때문에 이 대표는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경선룰 변경은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을 여론조사로 하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느냐"며 반대하고 있지만, 하태경 의원은"당 밖 주자들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한 룰"이라며 장외 주자들의 경선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한 만큼 경선국면에 진입하면 룰 변경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도 여론조사 100% 반영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룬 만큼 당 안팎의 여론과 대권주자들의 의지에 따라선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것도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내 대선주자가 많지만 모두 한 자릿수 이하 지지율로 대선 흥행을 위해선 이 대표로서도 윤 전 총장 영입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이 여전히 야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인 만큼 윤 전 총장의 경선 참여 여부에 따라 당내 경선 흥행은 물론 컨벤션효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윤 총장님은 제 기억에는 우리 당내 사정이라든지 정치 전반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다"면서 "윤 전 총장 측 돕는 분들 사이에서 범여권 인사인 분들의 이름도 가끔 보인다. 그분들이 물론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기 때문에 윤석열 전 총장을 돕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분들 입장에서 바로 입당이라는 절차를 통해서 우리 당내에서 활동하는 것은 또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아마 윤 전 총장측에서 그런 사정을 캠프 내 사정, 팀내 사정을 좀 배려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윤 전 총장과 이 대표간 비공개 회동에 대해 "필요하면 만남이야 누구든지 다 만날 수 있다"며 "만났다, 안 만났나 이렇게 일일이 확인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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