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사기꾼, 유별난 '독도새우' 선물공세…수사가나

기사등록 2021/07/06 20:01:00

사기 혐의 40대 최소 20여명에 선물 공세

박지원·주호영 등 유력인사들 이름도 나와

선물 아이템 '독도새우'…애국 이미지 어필?

대가성 등 실제 혐의점 입증될지는 미지수

[그래픽]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자칭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선물 공세를 받은 정관계 유력인사로 거론되는 인물이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실제 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김씨가 정관계 인사들에게 보낸 선물에는 '독도새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 점도 눈길을 끈다. 

6일 서울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의 금품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5일 4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입건된 4명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행보 대변인이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현직 A검사, 종합편성채널 B앵커, 그리고 포항 지역 경찰서장 C총경이다.

하지만 이후 김씨와 만남을 갖거나 그가 보낸 선물을 받은 유력 인사가 최소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입건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씨는 고급 해산물 위주의 선물을 직원 등을 통해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과 검찰, 경찰 간부, 사립대 전 이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유력인사들에게 전달한 선물 아이템 중에는 항상 '독도새우'가 등장하고 있다.

독도 근처에서 잡히는 새우 3종을 일컫는 독도새우는 지난 2017년 한미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대접해 화제가 됐던 고급 해산물이다.

당시 일본이 여기에 문제를 삼기도 했을 만큼 우리나라 대표 해산물이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수산업자가 선물로 독도새우를 골라 정치인들에게 전달한 것을 두고, 정계 인맥을 쌓기 위해 '애국 명분'까지 계산했을 정도로 치밀했던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김씨로부터 식사를 했거나 선물을 받았다고 모두 수사 대상이 될지는 미지수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5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김씨 관련 의혹에 대해 "팩트 확인이 먼저고, 그게 법 적용이 되는지도 봐야 한다"며 "언론 의혹 제기가 일부 틀린 것도 있다"고 전했다.

김씨와 만남을 가졌다고 인정한 박 원장은 "인터넷 언론사를 운영하는 인물로 소개받아 덕담한 정도"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의혹 당사자인 박영수 특별검사도 차 무상 제공 의혹에 대해 렌트비를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만남이나 선물을 받은 것이 인정되더라도 청탁금지법 위반의 경우 금액을 따져야 하고, 뇌물 혐의라면 직무대가성 등이 입증돼야 한다.

경찰은 김씨의 금품 살포 의혹에 대해 지난 4월1일부터 수사를 진행해 지난 5일까지 총 12명의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입건된 4명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한편 김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오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3차 공판이 진행된다.

그는 지난 2019년 6월2일 경북 포항 구룡포항에서 김무성 전 의원의 형을 만나 "선박 운용사업과 선동오징어 매매 사업의 수익성이 너무 좋으니 투자하라"고 속여 34차례에 걸쳐 86억4900만여원을 가로채는 등 7명을 상대로 총 116억2460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에 김씨가 금품, 선물을 줘가며 언론, 검찰, 정관계 등의 인맥을 형성하고 이들을 자신의 사기 행각 '병풍'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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