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울고 갈 '부동산 광풍'…작년 44만명 '복덕방' 차렸다

기사등록 2021/06/30 04:07:00

국세청, 국세 통계 제2차 수시 공개

부동산업 창업이 최대…증가율 56%

증여 신고·증여액 모두 전년비 급증

상속액도 비슷, 22→27조 27% 늘어

파느니 물려준다…부동산 활황 영향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20hwan@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지난해 중개업소 등 부동산 관련 창업에 나선 사람이 4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위기에도 부동산을 향한 한국인의 열망만은 뜨거운 한 해였다.

국세청이 28일 공개한 국세 통계 제2차 수시 공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신규 사업자 수는 151만9000명으로 전년 131만6000명 대비 15.4% 증가했다. 폐업자는 89만5000명으로 전년 92만2000명 대비 2.9% 감소했다.

신규 사업자를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업이 43만9000명으로 가장 많다. 전체의 28.9%다. 전년(28만1000명) 대비 증가율은 56.4%에 이른다. 소매업(26.1%), 법무·회계·건축 및 상담업(22.5%)의 증가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부동산업의 뒤를 이어 신규 창업자 수가 많은 업종은 소매업(29만1000명)이다. 전체의 19.2%를 차지했다. 음식점업(16만4000명), 도매 및 상품 중개업(9만8000명), 건설업(7만3000명)이 그 뒤를 이었다.

신규 사업자 대부분은 30~50대다. 30대가 32만1000명, 40대가 40만1000명, 50대가 37만2000명으로 전체의 72.1%를 차지했다. 국세청은 "30~50대 신규 사업자가 많은 현상은 인구 수와 비교한 연령별 개업 비율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면서 "이들의 개업이 타 연령대 대비 활발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개인 사업자 중 면세 기준 이상의 소득을 벌어들여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인원은 부동산 임대업자가 가장 많았다. 일반 사업자 108만8195명, 간이 사업자 39만3604명이 부가세를 신고했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서울역 인근 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멀리 여러 채의 고층 빌딩이 보인다. 2021.03.23. radiohead@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이런 현상은 상속·증여세 신고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상속세 신고 인원은 1만1521명, 상속 재산 가액은 27조4139억원이다. 전년 9555건·21조5380억원 대비 각각 20.6%·27.3% 증가했다.

이는 직전 4년(2016~2019년)간과 다른 양상이다. 이 기간 상속세 신고 인원은 6217→6970→8449→9555명으로 비교적 완만하게 증가해왔다. 상속 재산 가액은 14조6636억→16조7110억→20조5726억→21조5380억원으로 비슷하다.

지난해 상속액 신고 건을 재산 가액 규모별로 보면 10억원 초과~20억원 이하가 5126명(44.5%)으로 가장 많다. 10억원 이하가 2840명, 20억원 초과~30억원 이하가 1735명, 40억원 초과~50억원 이하가 1050명이다. 500억원 초과도 21명 있다.

증여세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해 증여세 신고 건수는 21만4603건, 증여 재산 가액은 43조6134억원이다. 전년 15만1399건·28조2502억원 대비 각각 41.7%·54.4% 증가했다.

이 또한 2016~2019년 11만6111→12만8454→14만5139→15만1399명, 18조2082억→23조3444억→27조4114억→28조2502억원으로 상승 그래프가 완만했지만, 지난 한 해 급증했다.

지난해 증여액을 자산 종류별로 보면 건물이 19조8696억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전년(8조1413억원) 대비 증가율은 144.1%다. 토지(8조7501억→7조8614억원)를 제외하고, 유가 증권(4조5781억→5조8800억원)·금융 자산(5조805억→6조9900억원)·기타 증여 재산(1조7002억→3조123억원)은 모두 증가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상속·증여액이 폭증한 것은 부동산 영향이 컸다"면서 "자산 종류별 현황 등 자료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chocrystal@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이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 KB금융그룹이 29일 내놓은 월간 주택 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이달 상위 20% 주택값은 11억379만원으로, 지난 1월 처음 10억원을 돌파한 뒤 5개월 만에 1억원이 더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셋째 주(6월2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봐도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와 동일하게 0.12% 상승해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후 주간 기준 가장 많이 상승했다.

특히 값이 비싼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급등세가 뚜렷했다. 0.18% 상승한 서초구는 반포·서초동 고가 단지가, 강남구(0.17%)·송파구(0.15%)는 재건축 단지가, 강동구(0.13%)는 고덕·명일동 단지가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규제 일색인 정부 정책에 재개발·재건축이 사실상 묶였고, '똘똘한 1채' 수요를 자극하는 세 부담 강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공시가 9억원 이상 주택(1가구 1주택 기준)에 부과하던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상위 2%(올해 기준 11억1000만~11억2000만원 선)로 상향하고, 실수요자 대상 주택담보대출 비율(LTV) 10%포인트(p) 완화를 추진하는 등 최근 '당근'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주택 수요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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