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정세균계 경선 연기 의총 요구 vs 이재명계 "탐욕적 이기심"
계파간 정면 충돌 양상에 지도부도 결론 못내려…주말께 재논의
경선 일정 연기를 주장하고 있는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지지하는 친문계 의원들과 예정된 일정대로 경선을 치를 것을 주장하는 여권 지지율 1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 의원들 간 세 대결로 비화될 조짐이다.
전날 이낙연계, 정세균계 의원들은 66명의 서명으로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작성해 이날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의원총회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원내대표가 소집할 수 있다.
연판장에 서명한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헌·당규를 보면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당무위 의결을 통해 (경선 일정을) 결정할 수 있다. 당헌당규 따르라는 것"이라며 "지도부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없는지 의원들의 의사를 수렴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경선 연기를 우리가 논의해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재명 지사가 일방적으로 안 된다고 하면서 국회의원을 '가짜 약 파는 약장수'로 비하하지 않았나. 그런 발언에 의원들이 화가 났다"라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경선 연기에 대한 지도부 입장 정리를 시도키로 하자 의총에서 논의할 것을 주장하며 저지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송 대표는 후보들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헌·당규상 정한대로 대선 180일 전 후보를 선출한다는 경선 일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쳐 왔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뿐 아니라 이광재·김두관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 등 여러 대선 주자들은 경선 일정 연기를 주장하며 '반(反)이재명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대선은 상대가 있는 것"이라며 "상대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도 고민을 해서 그것까지 감안해서 이쪽의 전략과 전술이 나와야 된다"고 거듭 일정 연기를 주장했다.
이 지사가 경선 연기 주장을 '가짜약 팔이'로 규정한 데 대해서는 "정치인의 말의 품격이 중요하다"며 "그것은 과거에도 중요하고 지금도 중요하고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경선 일정 연기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의총 소집 요구서 서명도 전날 정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자리에서부터 시작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12년과 2017년 대선 경선 사례를 언급하며 "경선룰은 그 과정에서 유연하게 적용돼 왔던 사례들이 있다. 문제의 핵심은 어떤 방안이 본선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라며 경선 연기론에 손을 들어줬다.
친문계 신동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코로나 상황, 휴가철,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결정 일정 등을 들어 대통령 후보 선출 경선일을 달리 정하자는 의견들이 있다.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의견들"이라며 "의원총회를 거쳐 충분히 의견을 모아야 한다. 당원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 측은 이같은 움직임에 결사항전의 태세를 다지는 분위기다.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민생의 어려움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집권여당에서 오직 특정인, 특정계파의 이익만을 위해 당헌을 견강부회식으로 왜곡 해석해 경선연기를 하자며 의총 소집 연판장이나 돌리는 행태를 보면서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며 "대선 실패해도 나만 살면 된다는 탐욕적 이기심의 끝이 어디인지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 측에 합류한 이해찬계인 조정식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당은 경선룰 문제로 내홍을 겪던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대단히 유감스럽고 우려스럽다"며 "이를 막고자 이해찬, 이낙연 전 지도부에서 오랜 숙고끝에 경선일정을 당헌당규로 못박고 지켜온 것인데 한번 시행도 안해보고 흔들어대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국민적 공감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 측의 경선 연기 반대 주장에는 최근 여권 대선 후보 지지율 3~4위권으로 상승 중인 박용진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측의 의총 소집 요구서에 대해 "개인 후보들간 유불리를 놓고 다투는 것처럼 국민에게 보이는 일이 생겨나는 것에 대해 아쉽다"며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당의 다부진 계획과 자세를 보여주기 보다 자기들끼리의 문제에 엎치락뒤치락, 이전투구 모습으로 보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선 연기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당원들도 갈라진 모습이다.
자신들을 '민주당 권리당원 모임'이라고 칭하고 있는 일부 당원들은 지난 4일에 이어 이날도 국회 정문 앞에서 경선 연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했다.
반면 경선 일정 연기 주장에 반대해 민주당 당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바 있는 '민주당 권리당원 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당 지도부는 더는 경선 연기 논의를 중단하고 원칙에 따라 경선 일정을 확정하라"며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후보자들은 더는 당을 분열시키지 말고 원칙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당 내홍이 깊어지자 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경선 일정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송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가 결론을 내릴 것을 주장했으나 일부 최고위원들이 의총에서 의견수렴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결론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게 송 대표의 생각이었지만 의원들로부터 의견수렴을 위한 의총 요구와 여러 이야기가 있어서 당장 오늘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주말인 오는 20일께 비공개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경선 일정 여부에 대한 입장 조율을 다시 시도할 전망이다.
고 수석대변인은 "아무리 늦어도 (결론이) 다음주 초를 넘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주 광주 예산정책협의회가 예정돼 있어서 21일은 어렵고 주말에 지도부가 결론을 내리고 22일이든 늦지 않게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의총은 당헌·당규상 소속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하면 소집하는 것이 맞다. 필요하면 의총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경선 연기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지도부에 신속한 결단을 촉구하며 압박에 나서고 있어 송 대표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세균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조승래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상당한 사유가 있으니 논의하자고 하는데 논의를 막으면 당헌·당규 위배이고 '탐욕', '이기심' 같은 막말로 몰아세우면 비민주적자세"라며 "의총에서 논의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6월 중에 당무위원회를 여는 것이 정도이다. 이번 대응은 공정경선 관리 능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선 연기에 반대하고 있는 박 의원은 "지도부가 이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방치한 측면이 있다"며 "지도부가 이런 일이 오기 전에 빨리 정리했어야 한다. 최고위원회의 단위에서 결론을 빨리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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