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객 "안전 사회 건설은 살아있는 우리의 몫"
"안전 불감증 사회·철저한 재발 방지책 요구"
"돈 때문에 안전 경시하고 공사 빨리 진행" 지적도
광주 재개발지역 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지 나흘 째인 12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4구역.
90도로 꺾인 철제 구조물, 산산조각이 난 거대 콘크리트는 당시 붕괴 현장의 처참한 광경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추모객들이 회색 빛 잔해 더미 앞에 놓아둔 '하얀 꽃다발'이 눈에 띄었다.
월남동 주민은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건 살아있는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라고 적힌 문구와 함께 사고 현장에 안개꽃을 놓았다.
주민들은 참사 현장을 머물며 당시 사고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시공업체 안전에 신경을 쓰지 않아 일어난 인재다"며 혀를 찼다.
서모(57)씨는 "아들의 또래가 희생됐다고 하니 내 아픔처럼 느껴져 현장을 찾았다"며 "매년 끊이지 않고, 공사장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우리 사회 안전 불감증 탓이다"고 말했다.
학동 주민 김모(19)군은 "참사 뒤 공사장 옆을 지나 가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하다"며 "국가에서 재발 방치책을 철저히 세워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방명록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안전 사회'를 염원하는 글귀를 남겼다. 방명록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저희가 지키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님들의 허망한 죽음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등이 기록됐다.
시민들은 하얀 국화 한송이를 제단에 조심스럽게 놓은 뒤 분향했다. 9명의 영정사진에 담긴 얼굴을 하나하나 살폈다.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또래인 10대가 꿈을 펼치지도 못한 채 하늘의 별이 된 것을 두고 비통해했다.
한 유족은 사진으로만 남은 조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한 시민은 분향소를 찾자 마자 '안전 불감' 사회를 향해 분노했다. 시민은 "돈 많은 기업이 보상만 한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며 "정부와 기업이 안전 사고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철저히 재하도급·안전 관리·책임자 처벌을 해야한다"고 외쳤다.
학동 주민 윤준의(23)씨는 "참사가 발생한 길을 오가고, 희생자들이 탄 54번 버스를 자주 이용했다"며 "그래서 이 참사가 내 일처럼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김모(61·여)씨는 "내 동생도 3년 전 공사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며 "결국은 '돈' 때문에 시공업체가 안전을 경시하고 빠르게 공사를 진행하는거다. 그 돈 때문에 허망한 사람이 갔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5층 건물 붕괴 사고로 건물 잔해가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졌고, 8명이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희생자들의 발인은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희생자 9명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는 광주 동구 서석동 동구청 앞에 마련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