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캐나다 이어 유럽도 화이자 접종 대상 확대
12~15세 전체 20% 가량…집단면역 형성 핵심
경증·무증상 많아 성인·고령층 후 접종 의견도
"백신·풍선효과 감안하면 대상 포함해야" 무게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유럽연합(EU)에서도 이 연령대에 백신 접종을 승인하면서 우리 정부 역시 관련 동향을 살피겠단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접종 시기에 시각차를 보이면서도 결국 집단면역을 위해선 한국 역시 이 같은 방침을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MA는 지난 28일(현지시각) 임시회의를 통해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 연령을 12~15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승인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 승인을 거치면 유럽 각국은 이 연령대에 대한 화이자 백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유럽 내에서 해당 연령대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승인되는 것은 처음이다. 앞서 화이자 백신은 16세 이상에 대해서만 접종 승인을 받았다.
12~15세 미성년자에 대해 백신 접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앞서 이달 초 미국은 12~15세 미성년자에 대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승인했으며, 이에 따라 이 연령에 속하는 미국 내 인구 1700만명 가운데 250만명 이상이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다.
캐나다 역시 이보다 앞서 지난 5일 12~15세 연령에 대해 화이자 백신 승인 대상을 확대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와 싱가포르도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돼도 경증이나 무증상이 많아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 연령대는 집단면역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각국에서 12~15세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집단면역 형성에 전체 인구 70~85%가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하지만 일부 성인이 접종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이 연령대에 대한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역시 이 같은 점을 감안해 해당 연령의 화이자 백신 접종 관련 동향을 지켜보겠단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서 화이자 백신은 75세 이상 고령층과 노인시설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최근 "EMA 권고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를 수집하는 중"이라며 "EMA 권고에 따른 유럽국가들의 백신 정책 동향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은 나뉜다. 우리나라는 1차 백신 접종률이 전체 인구의 한 자릿수에 그치다가 최근 백신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접종률 1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국민은 전체의 4.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각에선 앞서 12~15세 접종을 승인한 해외 국가들과 국내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동일한 적용은 후순위 고려사항이라고 강조한다. 코로나19가 고령층일수록 중증으로 심화할 가능성이 높고, 청소년의 주된 감염 경로가 가족 내 집단감염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감염을 옮길 수 있는 성인층 접종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1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 확진자 127명 중 교내 감염 사례는 2.4%(3명)에 그쳤고, 46.5%가 가족과 친척을 통한 감염 사례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젊은층 대부분이 접종 완료돼 학생들에 대한 접종에 나서는 것"이라며 "사실상 학생 감염은 대부분 가족 내 감염이기 때문에 생활활동이 많은 20~50대층을 먼저 접종하고 젊은층과 고령층에 대한 70% 이상 접종이 끝나고 백신 수급이 원활해진 후 결정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백신 효능이 시간 경과에 따라 저하될 수 있고 안전한 집단면역 체제를 위해선 전 국민의 80~85%가 접종을 마쳐야 한다는 게 중론인 만큼, 결국 12~15세 연령에 대한 접종도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성인층 접종에 집중할 경우 풍선효과로 소아·청소년에게로 유행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경우를 보면 성인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한 후 어린이와 청소년 확진자가 급증한 바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전 국민의 70%의 1차 접종률로는 집단면역이 될 수 없고 백신 효능은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기 때문에 소아·청소년 비중 20%를 감안해 전 국민의 80~85%까지는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본다"며 "학부모들이 주저할 수 있지만, 성인 접종에만 집중할 경우 아이들에게 유행이 옮겨가 면역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경우 아이들이 소아암 등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이 급변하기 전에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석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60세 이상에 대한 접종 완료가 시급하기는 하지만 12~15세 연령대에 접종 가능한 백신은 딱 한 가지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성인층에 굳이 화이자를 쓰기보다 화이자는 12~15세에 접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를 열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학교는 확진자가 생기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만큼 적어도 중학생 이상이 백신을 맞고 등교를 하기 위해 (화이자 12~15세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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