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발생…AZ 백신 맞은 30대(종합)

기사등록 2021/05/31 16:01:00

AZ 백신 접종 후 12일 지나 심한 두통에 경련

정은경 "조기 발견해 적절 치료하면 회복 가능"

국내 100만명당 0.3건…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

이상반응 신고 2만7352건·신고율 0.36%…여>남

[서울=뉴시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겸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이 지난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2021.05.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변해정 구무서 기자 = 국내에서 처음으로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확정 사례가 발생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30대 취약시설 종사자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은 31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확정사례를 발표했다.

현재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327만 건 중 우리나라에서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이 확정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자는 취약시설에 종사하는 30대 A씨다.

박영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세부적인 직업 정보까지는 따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라며 "취약시설이라고 하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장애인시설 또는 노숙인시설, 이와 같은 시설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로 현재 추정되고 있다. 연령대는 30대 초반"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4월2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지 12일이 지난 5월9일 아침 심한 두통이 나타나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를 받았지만 두통이 지속됐다. 사흘 후인 5월12일에는 경련이 동반돼 입원했다.

담당 의료진은 입원 후 진행한 검사를 통해 뇌정맥혈전증과 뇌출혈, 뇌전증을 진단했다. 예방접종력을 고려해 추진단에서 배포한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대응 지침'을 참고해 적절한 초기 치료를 실시했다고 한다. 현재 A씨는 호전된 상태이며, 경과 관찰이 필요하지만 큰 문제는 없다는 게 추진단 측 설명이다.

해당 의료기관에서는 5월27일 A씨에 대한 이상반응 신고를 했다.

추진단은 서울시에서 시행한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5월30일 혈액응고장애자문단 회의를 열어 A씨의 사례가 임상적으로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사례정의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으며, 이튿날인 31일 확정검사 결과 최종 양성 확인됐다.

추진단은 A씨에 대해 피해보상 절차를 거쳐 신속한 보상을 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두 차례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를 열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치료받은 170건에 대해 피해보상을 결정한 바 있다.

의료기관에는 이상 증상이 있는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의 접종력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을 통해 확인한 후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대응지침에 따라 적절히 치료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정은경 추진단장은 이날 방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은 조기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회복 가능한 질환"이라며 "예방접종 후 4~28일 사이에 심한 두통과 지속적인 복부통증 등 혈전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아달라"고 말했다.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은 ▲접종 후 4주 내 호흡곤란, 흉통, 지속적인 복부 통증, 다리 부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 경우 ▲접종 후 심한 또는 2일 이상의 지속적인 두통이 발생하며 진통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조절되지 않는 경우 또는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 ▲접종 후 갑자기 기운이 떨어지거나 평소와 다른 이상 증상이 나타난 경우 ▲접종 후 접종부위가 아닌 곳에서 멍이나 출혈이 생긴 경우일 때 의심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해외 연구 결과 등을 고려해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의 우려로 30세 미만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했는데, 이번 사례는 30세 이상에게서 발생했다.

정 단장은 "367만건의 접종 중 1건 정도가 확인된 상황"이라면서도 "특성이나 발생 빈도, 위험도를 주기적으로 분석해서 필요시에는 접종 기준에 대한 부분의 조정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확정 사례는 100만명당 0.3건이다. 유럽연합(EU) 10건, 영국 9.5건 등 외국에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추진단은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대한신경과학회·한국혈전지혈학회 등 전문학회와 협력해 진단·치료 대응을 해나갈 방침이다.

추가로 도입되는 모더나와 얀센 백신에 대해서도 강화된 이상반응 관리체계를 적용한다. 두 백신을 맞은 뒤 이상반응이 발생하면 환자를 진단한 의사가 이상반응 신고를 하고, 접종자나 보호자도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를 통해 이상반응을 보고할 수 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조사 및 보상도 다른 백신들과 동일하게 운영된다.

추진단은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전문 상담을 위해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내에 전문상담팀을 시범 운영한다. 전문상담팀은 의료인(간호사)으로 구성되며, 중증이상반응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이상반응 신고와 인과성 평가·보상심사 절차에 대해 24시간 1차 상담을 제공한다. 중대한 이상반응 내용이거나 추가 상담이 필요한 경우 전문상담원이 민원인에게 직접 발신해 상담한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지난 2월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취업인력교육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현품(빈병)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2021.02.17. 20hwan@newsis.com

한편 이상반응 신고현황 주간 분석결과에 따르면 13주차인 30일 오전 0시 기준 신규 이상반응 신고 건수는 3067건이다.

이로써 전체 예방접종 754만2308건 중 2만7352건의 이상반응이 신고됐다. 신고율로는 0.36%다.

신고 사례 중 95.0%(2만5975건)는 근육통과 두통 등 일반 이상반응 사례였다.

나머지 5.0%(1377건)는 중대 이상반응 사례다. 이 중 181건이 사망, 228건은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다.

신고율은 여성(0.5%)이 남성(0.2%)보다 더 높았다. 연령대로는 18~29세(2.0%)가 가장 높고 75세 이상(0.16%)이 가장 낮았다.

백신 종류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0.54%, 화이자 백신 0.19%였다.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망자의 신고 당시 기준으로는 181명(2.40명)으로 영국 등 국외 현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 65명(1.72명), 화이자 116명(3.08명)이다.

접종 차수별 이상반응 신고율은 화이자 백신은 1차(0.16%)보다 2차(0.23%) 접종 후 신고율이 높았고, 아스트라제네카는 1차(0.60%)보다 2차(0.12%) 접종 후 신고율이 낮았다. 두 백신 모두 연령이 낮을수록 2차 접종 후 신고율이 높은 양상이었다.

정 단장은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율은 접종 초기에 비해서 매주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망자 현황을 보면 영국 등 국외 현황과 크게 다르지 않고 백신 간의 차이도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예방접종을 받는 것뿐만이 아니라 예방접종 후에 본인의 건강상태를 관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모든 접종자들은 접종 후 15~30분간 접종기관에 머물러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이상반응의 발생 여부를 관찰하고 귀가 후에도 적어도 3시간 이상은 주의깊게 건강 상태를 관찰해달라. 접종 후 최소 3일간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되, 고열이 있거나 평소와 다른 신체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아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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