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자영업자, 변호사 손실보상법 의견 전달
소상공인들 "정부 성실히 따랐는데 신뢰 균열 생겨"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나…소모적 논쟁 멈춰달라"
변호사들 "정부 대응 따른 손실 소급적용 이뤄져야"
"시혜적인 입법에서 소급적용은 입법자 자유에 해당"
46년째 명동에서 곰국시집을 운영 중인 유미화씨는 소급적용 여부를 두고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코로나19 손실보상법에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렸다. "코로나 발생 이후 피해를 고스란히 덮어쓴 자영업들은 응급환자"라는 절박한 외침에 장내는 숙연해졌다.
유씨 외에도 25일 코로나19 손실보상법의 입법청문회에 참석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암담한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집합금지 제한 등의 조치를 성실히 협조해왔지만 이로 인한 손실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계류 중인 손실보상법의 조속한 입법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 전체회의를 열고 손실보상법 제정을 위한 입법청문회를 개최했다.
증인으로는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참석하고 참고인으로는 곽아름 숨스터디 카페 대표,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 최재섭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 최철호 청주대 법학과 교수, 한정미 한국법제연구원 혁신법제사업본부장, 노용규 코인노래연습장 사장, 유미화 명동상인회 총무, 이장한 ING투어 대표 등이 자리했다.
경기 부천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 중인 곽아름씨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끊임없이 방역정책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보건당국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성실히 따라왔다"며 "그러나 거리두기가 반복되는 동안 보상은 없다는 메시지가 함께 반복돼왔다. 국가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선량한 다수를 희생시키는 단체기합 방식"이라며 "제가 운영하는 스터디카페나 같은 규제를 받는 독서실의 경우 행정명령 내용을 모르는 이용객들에게 지속적으로 고지하고 제재함으로써 피로와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원이 보상을 대신했다고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두 개념은 다르다"며 "중복수급이라고 판단되면 기지급한 지원금에서 공제하고 보상금을 책정하면 될 것이다. 국가가 개인의 사유재산을 제한함에 있어 지원금으로 갈음했다고 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노용규씨는 "코인노래연습장은 성인 최대 4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쾌적한 공간을 위해 각 방마다 최고의 환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환기시스템 구비를 통해 집단감염 사례가 한동안 없었음에도 집합제한처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운영하는 매장 기준 코로나19 전에는 1억4000만원의 매출로 5800만원의 이익이 났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3300만원 매출, 마이너스 1900만원의 손익을 기록했다"며 "작년 기준 전국의 노래연습장 2137곳이 폐업했고 이는 13년만에 최고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인노래연습장업주를 대표해서 손실보상 소급입법을 바란다"며 "손실보상 소급입법은 헌법 제23조에서 정한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실천하는 것이며 정부의 방역수칙을 성실히 수행한 코인노래연습장 업주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곰국시집을 운영하는 유미화 명동상인회 총무는 "저희 가게는 2020년 매출이 53% 감소했고 부가세 납부액 역시 50% 이상 감소했다"며 "매출 급감의 원인은 정부의 코로나 확산 방지대책으로 일환으로 실시된 5인 이상 모임 제한, 영업시간 단축, 사회적 거리두기, 기업들의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한 급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원들 중 6억원 정도 손실을 보고 억장이 무너져 말문이 막히고 실어증에 걸린 사람도 있고 심장병이 들어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도 있다"며 "참담함을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산불 홍수만이 천재지변인가"라며 "코로나 발생 이후 피해를 고스란히 덮어쓴 자영업들은 응급환자다. 더 이상 시간을 미루지 말고 자영업자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어떤 형태로든 소급적용을 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여행업계를 대표해 나온 이장한 ING투어 대표는 "코로나 이후 매출 제로 상황에서 여행업자들은 빚더미로 쌓이는 고정경비를 감당할 수 없어 거리에 내몰려 있다"며 "정부의 방역 지침에 적극 협조하고 국민 안전에 힘쓴 결과가 이토록 참담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0년 여행업 피해액 규모는 여행업 전체 매출 기준 2019년 대비 8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며 "정부는 코로나로 힘든 지금도 세금을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여행업 지원에는 왜 이렇게 인색한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전국 100만 여행 소상공인의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라며 "손실보상법에 여행업을 포함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재섭 교수는 "코로나가 끝나고 난 후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냐라고 하는 분도 있는데 이 코로나 국면을 버티고 살아남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한 얘기"라며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국민경제의 근간이다. 이분들이 만일 생존하지 못하고 탈락하면 우리 경제 전체가 부담해야 되는 사회안전망 부담은 추계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소매, 숙박, 음식점에 집중돼 있는 소상공인이 경제시스템에서 탈락하면 그 자리엔 유통 대기업 플랫폼이 들어간다"며 "결국은 대기업과 대규모 플랫폼이 우리 경제 전체에서 독과점 비율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오현 변호사는 "대한민국 헌법 23조 1항에서는 공공의 필요에 의한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현행 감염병예방법은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민간사업장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등에 대해서는 손실보상 입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손실보상 소급입법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소상공입 보상입법을 추진하게 될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020년 2월경부터 정부 대응에 따라 반사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 소상공인의 영업상 손실에 대해 보상입법을 소급해 추진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남주 변호사도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내용에 따르면 공익 목적으로 이미 형성된 재산권을 전면적 또는 부분적 박탈하거나 제한하면 공공이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며 "코로나 위기 때문에 집합제한 조치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충족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등권 측면에서도 "가축전염병예방법에도 소 도축장을 사용제한하면 손실보상규정이 있는데 지금 소상공인에게는 없다"며 "이것은 평등권 위반이고 위헌성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손실보상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재판소 판례를 보면 시혜적인 입법조치인 보상금지급조항을 신설하면서 그 지급 시기를 정하는 것은 제도의 단계적인 개선을 추진하는 경우로 언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제도를 시행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에는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즉 판례에 따르면 소급적용하는 것은 입법자의 기술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정미 본부장은 "소급입법 자체는 원칙적으로는 무조건 허용된다기보다는 소급입법이 정의에부합하고 국민의 이익에 우월한부분에 대해 예외적으로 입법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며 "그래서 시혜적 소급입법을 할 것인지 여부는 결과적으로 입법재량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국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여야는 모두 소급 적용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으나, 정부 측에서는 소급 적용 시 앞서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차감·환수 과정에서의 혼란과 업종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손실보상법 적용 대상과 관련해서도 집합금지·영업시간 제한 등 행정명령에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업종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정부 측과 달리, 일부 의원들은 간접적 피해까지 보상해야 한다고 이견을 보인 바 있다.
이번 청문회는 소상공인과 여러 학계 의견을 듣고 신중한 논의를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여당의 요구로 열렸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시간 끌기가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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