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타격에 빈곤가정, 불화 증가
2년차 접어들지만 여전히 스트레스 多
전문가 "아이, 부모 숨 트일 공간 필요"
지방 중소도시에 사는 강모(14)군의 집은 강군과 어머니가 둘이 사는 한부모 가정이다.
강군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졌을 뿐 아니라 어머니의 태도에서 큰 변화를 느꼈다. 끼니를 거르는 일이 이전보다 잦아졌고 어머니는 자신을 이전보다 자주 큰 소리로 꾸짖었다. 강군은 "코로나19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오히려 이 시간이 더 괴로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8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두 번째 어버이날을 맞이한 가운데 이날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자리와 같은 생계 수단을 잃은 뒤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어진 일부 빈곤가정은 가족 챙길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감염병이 불러온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족을 상대로 한 분풀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뉴시스와 이야기를 나눈 취약 계층 아이들은 부모와 관계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이모(11)양도 강군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낀다. 빈곤가정의 자녀인 이양은 최근 들어 부모님이 서로 싸우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부모가 서로에게 욕을 하거나 무시하는 말을 내뱉는 일도 잦아졌다고 한다. 이양은 "최근엔 부모님이 나를 맨손으로 때리는 경우도 있었다"며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에 부모님이 변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빈곤가정 내 분위기가 나빠진 이유는 가족 구성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자리를 잃은 부모와 등교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빈곤가정의 부모, 특히 어머니의 양육 스트레스가 덩달아 커진 것이다.
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등은 '코로나19로 인한 기혼 성인 남녀의 스트레스 경험' 논문을 통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 여성들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양육의 어려움의 이중부담을 호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양육 스트레스가 아동 등 외부로 표출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동옹호단체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발표한 '2021 아동행복지수' 자료를 보면 '회초리 같은 단단한 물건이나 맨손으로 나를 때렸다', '나에게 욕을 하거나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는 질문에 대한 기초수급 가정의 응답이 2018년보다 각각 3.4%포인트, 4.4%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저소득층 가정, 여성에 재난지원금과 같이 전반적이고 보편적인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선별적인 육아 지원 및 심리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직접 지원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는 단지 공부의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 돌봄의 공간"이라며 "학교 가는 것을 전제로 한 뒤 방역수칙을 만들어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숨 트일 공간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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