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키트 국내 승인 없어…美 등 해외선 제한적 활용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은 5일 오후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지역 감염률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필요성이나 수요가 제기돼 어떻게 하면 좀 더 정확한 (자가)진단키트를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계부처와 업계에서 계속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승인·허가된 자가진단키트 제품은 없다. 미국에서는 5개 제품이 허가된 상태이나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활용 중인 코로나19 진단검사법은 3종이 있다.
이 중 표준검사법은 콧속에서 채취한 검체를 이용하는 '비인두도말 유전자증폭(PCR) 검사'이다. 민감도(98% 이상)와 정확성이 높아 전 세계적에서 통용되고 있다. 다만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검체 채취를 하기엔 어렵다는 게 큰 단점이다.
비인두도말 PCR 검사는 검체 채취 도구를 콧속에 넣은 후 입천장과 평행하게 깊숙이 밀어넣어 하비갑개 중하부에서 분비물을 채취한다. 검체 채취 부위가 매우 민감하고 검체 채취 숙련도가 중요해 반드시 전문가가 실시해야 한다. 일반인이 채취할 때 정확한 검체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출혈 등의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검체 채취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타액 검체 PCR 검사'는 검체 통에 침을 뱉어내는 방식으로 검체를 확보한다. 비인두도말 PCR 검사와 같이 24시간 내 검사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민감도는 92%로 다소 낮다.
신속항원검사법은 진단키트를 이용해 짧게는 30분만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콧속을 지나 하비갑개 중하부에서 검체를 채취한다는 점에서는 비인두도말 PCR 검사와 동일하지만 민감도가 90%로 낮다.
당국이 그간 낮은 정확성 등의 이유로 활용하지 않던 자가진단키트의 도입 여부를 검토하게 된 것은 그만큼 최근의 확산세가 방역 부담을 가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일 400~500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선 안전성·정확성 만큼이나 신속성도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해외에서 예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정 청장은 "현재 PCR 검사를 하루 약 23만건 소화할 수 있다. 역학조사나 선제검사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건수를 포함하면 하루에 25만 건 내외가 진행되고 있고 취합검사법으로 검사할 경우 하루 약 50만 건까지도 검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검사 역량을 늘리기보단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검사할 수 있는 접근성, 직장이나 학교에서 검사를 스스로 해 보고 싶은 수요들이 있어 보조적인 수단으로서 자가진단키트 개발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스스로 혼자 검체를 채취 및 검사까지 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 중 승인받은 제품은 없기에 민감도·특이도가 알려진 부분은 없다"며 "임상시험과 실제 현장에 적용했을 때의 민감도·특이도가 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제품을 특정하지 않고서는 일반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자가진단키트의 경우) PCR 검사보다는 민감도·특이도가 낮을 수 있다. 그 한계를 알고서 적절하게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미국 등에서는 5개 정도의 제품이 허가되고 있지만 의사가 처방을 해줘야만 쓸 수 있게 관리가 되고 있다"며 "본인이 그냥 사서 쓸 수는 있는 키트라도 검사 결과를 방역당국으로 통보하게끔 하는 등의 약간의 관리장치를 걸고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자가진단키트는) 아무래도 정확성이 확인돼야 하기에 개발과 승인을 위해 필요한 임상시험을 어떻게 지원할지, 정확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가능하면 신속하게 진행하되, 정확성이 담보된 키트를 개발할 수 있게끔 정부에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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