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한반도 평화 진전"…블링컨 "北, 자국민 학대 자행"(종합)

기사등록 2021/03/17 21:00:09 최종수정 2021/03/17 21:18:44

블링컨 방한 첫 날 정의용 장관과 외교장관 회담

블링컨 "북한 비핵화 위해 한국·일본과 계속 협력"

"중국, 대만 민주주의 파괴, 티베트 인권 유린" 지적

정의용 "한미 동맹은 외교의 근간…지속 발전 과제"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 장관회담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1.03.17. 2021.03.17.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7일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반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동력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다소 시각차를 드러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는 근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옹호하고, 억압하는 사람들을 반대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 인권은 물론 미얀마 사태와 중국의 민주주의 파괴와 인권 유린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미얀마) 버마에서 민주주의의 위험한 침식을 목격하고 있고, 민주적인 선거 결과를 뒤집고 평화적인 시위자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은 홍콩 경제를 조직적으로 잠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티베트의 인권을 유린하고, 남중국해에서 인권법을 위반하는 주장을 펴기 위해 강압과 침략을 가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또 다른 공통 과제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 등 다른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공유된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함께 서 있다"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믿는다. 민주주의는 안정적이고 안전하며, 개방적이고, 인권에 전념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아울러 "모든 것이 미국과 한국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 특히 지금 우리가 가치관에 맞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한미 간 협력을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 장관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3.17. photo@newsis.com
블링컨 장관은 한미 관계에 대해선 "동맹은 두 나라 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연결고리"라며 "동맹은 변함 없고, 철통 같으며 우정과 상호 신뢰에 공유된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동맹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과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위한 공동 비전을 달성하고자 한다"며 "대유행과 황폐화된 경제, 지구 온난화 등 우리가 직면했던 벅찬 도전에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느 한 국가도 효과적으로 홀로 맞닥뜨릴 수 있는 도전은 없고, 서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며 "전염병 예방과 청정에너지 준비, 회복 탄력성 있는 투자 등에 대한 전반적인 협력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발생한 총격 사태로 사망한 한국계 여성들을 향해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사망자와 크게 흔들린 한인 사회 모든 분들, 우리 가족과 친구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우리의 동료 미국인과 한국계 미국인들이 안전하도록 옹호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외교 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2021.03.17. photo@newsis.com
앞서 정의용 장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회담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더욱 건전하고 호혜적이며, 포괄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회담 결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확고히 정착해 실질적 진전을 향해 나아가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한미 관계에 대해선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의 근간이자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이라며 "한미 동맹의 지속적인 발전은 우리 외교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동시 방한에 대해서도 "미국 신행정부의 동맹 중시 기조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특히 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해리스 정부 출범 이후의 한미 관계 발전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5년 만에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을 높이 평가했다"며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에 이어 가까운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돼 한미 관계 발전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는 토마스 설리번 비서실장과 로버트 랩슨 주미대사대리,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 에드가드 케이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보좌관이 배석했다. 한국 측에선 최종건 제1차관과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건 차관보, 고윤주 북미국장이 배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5~17일 일본을 방문한 후 이날 오후 전용기를 타고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했다. 블링컨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2월 국무부 부장관에 취임한 후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부장관으로 총 5차례 방한 등 한미 동맹과 한미 관계 발전에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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