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노린 벌집" 개발 발표 후 거래제한 전 집중 투기…규제 구멍

기사등록 2021/03/14 10:16:37 최종수정 2021/03/14 10:18:28

청주 오송3산단·넥스트폴리스에도 우후죽순

행정조치 전 1~2달 후다닥…"제한 앞당겨야"

일각에선 원주민 등 사유재산권 침해 우려도

[청주=뉴시스] 이민우 기자 = 1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넥스트폴리스 한 농경지에 이름 모를 묘목들이 빼곡히 심어져 있다. 2021.03.11. dlalsdn3837@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충북의 대표적 산업단지 개발지역인 청주시 오송제3산업단지.

지난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발표된 국가산업단지다. 같은 해 9월에는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 11월에는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으로 묶였으나 일명 '벌집(투기를 노린 조립식 주택·창고)'과 묘목을 막을 수는 없었다.

청주의 또다른 산업단지 조성지인 넥스트폴리스도 마찬가지다.

충북개발공사가 조성하는 이 산업단지는 지난해 6월 충북도의회 승인을 받은 뒤 벌집 수십채와 각종 묘목에 자리를 내줬다.

같은 해 8월 청주시가 이 일대를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으로 지정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이 지역 주민 A씨는 "산단 계획이 알려지자마자 불과 며칠 만에 벌집과 묘목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며 "자고 일어나면 주인을 알 수 없는 나무가 가득 들어찼다"고 했다.

산업단지 조성 발표 후 각종 규제 조치와의 시간적 간극이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투기 차단 행정절차를 밟는 사이 전문 투기꾼들은 이미 '알박기 작업'을 마치고 잠적하기 일쑤다. 지자체의 행정 조치가 투기꾼들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따라잡지 못하는 셈이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일대 6.75㎢ 규모로 조성되는 오송3산단의 경우 내년 상반기 입지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아직 공식 입지 발표가 나지 않았으나 이미 2017년 국정과제로 외부에 알려지면서 투기꾼들이 유입됐다.

충북도가 같은 해 9월과 11월 이 일대를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으로 순차 지정했으나 벌집과 묘목 알박기 작업은 이미 끝난 뒤였다.

그해 오송3산단 예정부지 내 주택과 창고 등의 건축허가 건수는 158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40~190㎡ 규모의 단독주택과 창고 신축이다.

한해 10여건에 불과하던 청주시 청원구 넥스트폴리스의 건축허가 건수도 산단계획이 알려진 지난해 초부터 개발행위 허가 제한구역으로 묶인 8월까지 200건으로 급증했다.

99㎡ 이하가 160건, 그 이상이 40건이다. 보상을 노린 대규모 벌집 조성이 의심되는 수치다.

이 같은 단기간 집중 투기를 막기 위해선 투기 제한 조치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유광선(49) 행정사는 "산단과 택지개발 계획 단계부터 투기를 막을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개발계획 승인과 동시에 토지거래와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땅 투기 방지와 합리적 지가 형성을 위해 일정기간 토지거래 계약을 허가받도록 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주거지역에서는 18㎡, 상업지역에서는 20㎡가 넘는 땅을 살 때 관할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당 구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으로만 주택을 살 수 있고, 2년간 매매와 임대가 금지된다.

개발행위 허가제도 역시 투기억제 조치 중 하나다.

이 지역에서 건축물 건축과 공작물 설치, 토지 형질변경, 토지 분할 등을 할 땐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투기꾼들은 이 제도 시행 직전을 집중 활용한다. 개발계획 발표 전 사전 정보를 통해 토지를 매입하고, 계획 발표 후 제한 조치가 내려지기 전까지 단시간에 벌집과 묘목을 심는 식이다.

 '이주자 택지' 보상을 노린 차명 투기도 전형적 수법이다.

공공택지의 경우 보상 1년 전부터 집을 소유하고 직접 거주하면 현금 보상과 함께 이주자 택지를 받을 수 있어 친인척과 주변인을 동원한 차명 매입·거주가 기승을 부린다.

한 공인중개사는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것이냐'는 LH 직원의 블라인드 조롱 글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며 "토지 보상에 이주자 택지 권리 취득까지 '1+1' 투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다만, 투기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사유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도내 한 부동산 관계자는 "투기꾼 난립 등 부작용을 우려한다면 투기꾼만 잡아야 하는데, 입주권을 제한하게 되면 원주민의 재산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택지나 산단 개발지역에 한해 원주민과의 보상 수준을 차별화하는 등 별도의 투기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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