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동의 없이 장기 적출해도 된다" 오인해 반대 잇따라
혈액·타액 등 감염병 병원체 서면동의 없이 연구
서면 동의 현실적 어려워…연구성과 뒤쳐져
12일 국회입법예고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2014명이 의견을 제출했다. 이 법안의 입법예고기간은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다. 입법예고 법안에 열흘 동안 2000건 넘는 의견이 달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보통 법안에는 단 한 건의 의견도 달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 등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에도 이보다 훨씬 적은 315건의 의견이 달렸었다.
문제는 이 법안에 반대한 상당수가 오인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반대 의견을 표명한 이들 대다수는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을 가족 동의 없이 연구에 사용하는 데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출했다.
이모씨는 "개인의 동의 없이 환자의 검체를 확보하는 행위는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급하게 진행하지 말고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봐 달라. 아무리 급한 상황에서도 인간성은 잃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모씨도 "가족에게라도 동의를 받아야지 연구목적으로 시신을 훼손한다는건 이해가 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법안 어디에도 '감염병 사망자의 시신을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은 감염병 환자로부터 채취한 감염병 병원체자원을 연구자가 서면동의 없이 연구하게 할 수 있게 하되, 반드시 익명화 해 다른 연구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감염병 병원체자원'이라는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병원체자원에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이 포함되는 것으로 오해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감염병에 걸려 사망하면 동의 없이도 연구용으로 시신을 가져가는 게 가능한 법안'이라며 반대 댓글을 부탁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병원체자원법에 따르면 병원체자원은 '병원체로부터 유래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세포물질, 항원, 항체 등의 파생물질 및 관련 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항원, 항체는 혈액, 소변, 객담 등도 포함돼 생명윤리법에서 제시하는 인체유래물에도 속한다. 인체유래물에 속할 경우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를 거쳐야 되기 때문에 신속한 병원체자원 활용 연구는 어렵다.
변 의원은 이에 따라 '항원, 항체 등의 파생물질’을 ‘항원, 항체를 포함하는 혈액, 혈장, 혈청, 타액, 소변, 객담 등의 감염병 검체와 파생물질'로 구체화하는 내용의 '병원체자원의 수집·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법안도 함께 냈다.
변 의원은 이와 관련 "관련 의견이 의원실로 접수된 것은 없어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감염병 환자들의 혈액, 타액 등 병원체자원에만 국한된 것이지 우려하는 것처럼 코로나19로 사망한 분들의 시체를 포함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변 의원은 이번 법안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 발생시 연구자들이 신속하게 치료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다.
변 의원은 "감염병 위기 발생 시 연구자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감염병 환자의 검체를 확보하려면 환자로부터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 격리 등으로 환자 접근도 어렵고 한다고 해도 환자별로 2~3시간이나 걸쳐 설명해도 이해 부족 등으로 동의를 잘 안해 주는 등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반면 미국, 유럽, 일본의 경우 연구목적의 데이터에 대해서는 정보주체의 동의없이도 가명화해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에는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코로나19 연구성과는 해외보다 크게 뒤처지고 있는데 이런 이유 때문"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과기정통부장관에게 이러한 문제를 지적해 과기정통부와 질병관리본부,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논의한 끝에 이번 법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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