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접종 연기 11월 집단면역 가시밭길…"백신 도입 서둘러야"

기사등록 2021/02/16 05:00:00

65세 이상 접종, 추가 임상자료 필요…일정 미지수

화이자 등도 도입 시기 미궁…전 세계적 공급 난항

변이 확산 시 일부 백신 효과 낮아…물백신 우려도

"접종 연기된 물량만큼 2분기 대상자 순서 당겨야"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훈련에서 조제간호사가 클린벤치를 이용해 주사를 소분 조제하고 있다. 2021.02.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정성원 기자 = 2~3월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 제외되면서 오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외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다른 백신들도 국내 도입 일정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산할 경우 11월 집단면역 형성은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을 빨리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를 제외한 다른 백신 도입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코로나19 예방 접종 2~3월 시행 계획에 따르면 요양병원·시설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은 26일부터 접종이 시작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까지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65세 이상 표본이 부족해 효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당초 1분기 접종이 예상됐던 65세 이상 37만여명은 2분기 이후에나 접종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당국은 당초 목표인 11월 집단면역 형성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은 지난 15일 "2~3월 접종 계획에서 일부 조정한 것이 11월 집단면역 형성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 단장과는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요양병원·시설 내 65세 이상 고령층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추가 임상 결과가 나와야 접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임상 결과는 3~4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한 일정은 알 수 없다.

엄중식 가천대학교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에서 65세 이상의 데이터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건데, 2~4주 정도 연기가 되는거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상반기 중 접종 결정을 못할 정도로 시간이 필요하다면 미룰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 15일 발표한 코로나19 예방 접종 2~3월 시행 계획에서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로부터 들어올 화이자 백신의 공급 일정이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을 포함해 코로나19 백신들은 전 세계적으로 물량 부족 상태여서 국내에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로선)모더나나 화이자 백신이 언제 들어올지 확실히 모른다"며 "백신 물량이 전 세계적으로 다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임상시험을 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두 차례 접종하는 방식으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변이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스위스와 남아공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남아공 변이에 대한 효능이 낮다는 결론에 따라 백신 접종을 보류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남아공 변이주가 우세해지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물백신이 된다"며 "이 모든 일이 화이자나 모더나처럼 좋은 백신을 일찍 확보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자에서 제외된 만큼 이 백신을 맞게 될 65세 이하 연령층의 접종율도 변수로 떠올랐다.

정기석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과 교수는 "사회 규범상 65세가 노인의 기준이어서 그렇지 65세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며 "64세, 63세는 괜찮은건지, 그런 우려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1월 집단면역 형성까지 변수가 산적한 만큼 최대한 백신 도입 일정과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고려대학교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기다릴 게 아니라 화이자와 모더나 등의 공급을 당길 수 있다면 당겨서 선택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1~2분기 접종 발표안을 보면 의료기관·요양시설 범주 안에 있는 분들이 대상자"라며 "백신을 쌓아놓고 안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2분기 접종 대상자를)당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번에 접종이 연기된 65세 이상 고령층 37만명분의 백신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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