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빤 강남스탈린, 난민스타일' 등 비아냥 반응
"력삼동 인민들의 성원", "최고인민회의 당선"
전문가들 "탈북민뿐만 아니라 다문화도 조롱"
"목숨 걸고 한국행…국회의원 결심 각오 격려"
"'기밀유출' 염려는 없어…정치지형 따른 해학"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태 당선자의 당선 확정 소식이 알려진 이후부터 '오빤 강남스탈린, 난민스타일' 식의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고 있다.
이 외에도 "대북특사로 보내자, 그럼 함흥차사", "태영호 동무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당선을 가열차게 축하하는 남조선 강남(갑) 주민들", "력삼동 인민들의 성원으로 당선됐다" 등 조롱성 반응들과 함께 패러디성 자료들도 올라오는 상황이다.
전날 외신에서 제기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태 당선자의 입장을 전한 보도에는 "빨갱이한테 투표한 적 없다, xx라", "강남 생각없는 것들 때문에 얘가 떠드는 소릴 4년 동안 봐야 되느냐"는 댓글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태 당선자를 향한 이 같은 비난과 조롱 속에는 국회의원의 자료 접근성을 근거로 한 '국가 기밀 유출' 우려라는 배경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되기 어려우며, 쏟아지는 조롱성 반응들은 혐오와 정치 성향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역, 이념, 당리당략에 따라 자신이 속하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해 혐오적 발언을 하는 배타적 성향의 사람들이 있다"며 "탈북민뿐만 아니라 다문화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형성된 것이다. 비단 이번에만 해당하는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북한 전문가도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확실하진 않지만, 과거부터 탈북민이 자기 가족들에게 중국을 거쳐 송금하거나 통화를 하는 경우들이 있었다"며 "그러나 태 당선자는 북한에서 망명해온 우리나라 국민으로, 늘 경찰 보호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보가 넘어가거나 할 염려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 내 정치지형의 인식 지평,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에 따라 그런 해학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래통합당의 태구민 공천은) '강남에서는 누구를 공천해도 무조건 된다'는 자만심에서, '반북 이념'을 일종의 정치적 무기로 활용한 상업주의적 이용이 과도하게 간 것 같다"며 "정말 (이런 공천이) 한반도 평화나 통일에 도움이 되는지를 합리적으로 따져본 후 나온 결과인지 의아하기 때문에 조롱이 나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탈북자 출신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이번 사례는 좀 성급했다는 비판적 의견을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비판은 할 수 있지만 무차별적 조롱과 인신공격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총선 다음날인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강남구 재건축 지역에 탈북자 새터민 아파트 의무비율로 법제화 시켜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냉전시대의 수구적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넘어 태구민씨를 선택한 강남구민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시대정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강남구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을 기반으로 생각해볼 때 분명 반대는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청원인은 "다시 한번 강남 주민 여러분들의 높은 정치·시민의식에 경의를 표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는 태 당선자를 뽑은 유권자들을 비꼬는 의도로 보인다.
이 청원글에는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13만2515명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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