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회사' 삼성중공업 입사했다 6년만에 삼성바이오로 전환
삼성중공업 경영 어렵자 '잘나가는' 계열사로 이동 의혹
"온라인상에 직원들 허탈감 호소 글 잇따라 게재"
9일 산업계에 따르면 남 사장의 1988년생 아들 남 모(33)씨는 지난 1일 삼성중공업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니어 스페셜리스트(Senior specialist)로 전환 발령됐다. 아들 남씨는 삼성그룹 신입 공개채용 54기로 2014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6년간 근무하다가 이번에 회사를 옮겼다. 삼성중공업 입사 때 남 사장은 같은 회사 임원이었다.
삼성 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같은 그룹사 내에서 계열회사로 이동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비단 남씨 외에도 삼성중공업에서 다른 계열사로 이동한 인사도 왕왕 있어왔다. 하지만 남씨 문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적지 않다.
일단 삼성중공업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16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올해에도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133억원, 10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6%, 830% 증가했다.
그러다보니 회사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수장의 아들이 '잘나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이동한 것을 두고 사내에서는 직원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더구나 남 사장은 작년까지 5년 연속 수천억 원의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경영정상화라는 특명을 받고 2018년 1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바 있으며,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앱에는 "가라앉는 배에서 아들 꺼내준 거라고 생각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회사가 대내외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니 직원들이 회사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며 공분하는 거죠" 등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 사장의 리더십도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직원들은 "삼성중공업 대표가 뭐라고 하든 직원들 속으로 비웃을 것", "직원들 사기 꺾을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좋나보다", "자기 퇴직 전 아들 먼저 탈출시켜주는 센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곤혹스런 표정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 그룹사 가운데 비교적 최근에 생긴 계열사임에 따라 삼중뿐 아니라 여러 계열사에서 인력 요청을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남 모씨가 합법적 절차에 이동한 것이지 특혜 채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t@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