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신도들은 왜 신분을 숨기는 걸까..."굳이 알리지 않는 것일뿐"

기사등록 2020/03/06 14:56:54

"영화 '트루먼쇼'처럼 대상 성격 맞춰 전도" 주장도

신천지 교인들 "한기총에서 이단 프레임 매도 탓"

[과천=뉴시스] 최동준 기자 = 중앙사고수습본부 특별관리전담반이 경기 과천시 신천지 교회 본부에서 신도, 교육생 인적사항 등 행정 조사를 실시한 5일 교회 관계자가 사무실을 드나들고 있다. 2020.03.05.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코로나19'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 화제가 된 가운데 신천지 신도들의 '위장 신분'도 도마위에 올랐다. 평소 생활할때나 전도할 때도 신천지 교인임을 숨기고 활동한다고 알려져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천지 신도들이 신분을 감추거나 위장하고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에는 신천지 관련 콘텐츠 양이 늘었다. 신천지에 빠진 친구를 구한 이야기나 신천지의 전도 방법 등 파헤치기, 해부하기, 탈출기 등의 내용이다.

탈출기의 경우 자신이 처음 전도대상이 됐을 때 신천지 교인들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방송사 작가나 유명 연예기획사 관계자부터 카페 사장, 심리상담가, 매력적인 이성 등의 콘셉트에 맞춰 접근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그 전도의 과정을 영화 '트루먼쇼'에 비유키도 했다. 평범한 삶을 사는 줄 알았던 주인공이 나중에 자신이 일상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실제로는 방송을 위해 배치, 설정된 인물이었던 것처럼 신천지 전도방식도 전도 대상만 모를 뿐 대상의 성격에 맞는 캐릭터들을 투입시켜 전도한다는 것이다.

신천지 전문가로 불리는 종교 관계자는 신천지가 '위장 교회', '센터', '복음방' 등을 모두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고, 기성 교회에 교인으로 들어가 신도들을 빼내어 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인들의 선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기독교 관계자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전도를 많이 하는 만큼 성과를 얻어가고 구원 받아 영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다양한 포교방식을 갖추고 있다"며 "빠져들고 난 뒤에는 '우리는 구원의 대상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악마이기 때문에 신분을 밝혀선 안 된다'는 식으로 가르친다고 들었다"고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신천지 교인들이 신도명단 등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것이 신천지 교인임이 알려지면 학교나 직장, 가정 등 사회 내에서 피해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천=뉴시스] 최동준 기자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5일 경기 과천시 신천지 교회 본부에 대한 행정조사를 진행했다. 신천지 교회 본부 관계자가 본부 입구에서 출입을 막고 있다. 2020.03.05. photocdj@newsis.com


신천지 교인들의 입장은 어떨까. 뉴시스는 6일 이렇게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신천지 교인들에게 사실인지, 또 왜 그런지 확인해봤다.

대다수 신천지 교인들은 기성 교회가 씌워놓은 '이단 프레임'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지파 관계자 A씨는 "(신분을) 숨긴다는 표현부터 잘못됐다. 현재 한국기독교 주류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신천지인은 이단'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매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개개인에 따라 굳이 알리지 않으려는 것이지 숨기는 이유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도 부분도 같은 맥락. 신천지가 전도 활동할 때 대놓고 숨기는 게 아니다"며 "일부 기독교 방송에서 200회가 넘도록 정정보도할 정도로 왜곡보도를 많이 했다. 그래서 신천지라고 밝히면 상대방이 이야기 자체를 듣지 않기 때문에 안 밝힌 것을 가지고 그쪽에선 숨긴다고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주류 기독교 단체에서 성경교실을 열면 정당하게 광고하고 홍보지도 돌리지만 신천지에서 열면 무조건 이단이고 큰 일 나는 것처럼 가르치다보니 (굳이 알리지 않는 것이) 숨기고 가르친다는 오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역 거주 교인인 B씨는 "신천지는 오래전부터 핍박받았고, 코로나19를 통해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로 벼랑 끝에 내몰려 더욱 거세게 비난 받고 있다"며 "교리에 대한 허위, 성도들의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에 대한 오해, 총회장에 대한 악담, 루머 등 눈뜨고 일어나면 수없이 많은 기사가 쏟아져 대응하기 버거울 정도"라고 운을 뗐다.

B씨는 "'신천지에서 죄 짓고 있다가 나간 개신교 소속 거짓 목사들이 언론 플레이를 하며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었다. 신천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 환란을 안타까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인 C씨는 "아주 예전엔 그런(숨기고 활동하는) 것이 있었지만 지금은 신천지 이름을 내걸고 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 전도 등의 부분은 정해진 틀이 없어서 개개인마다 다르다"고 답했다.
 
D씨 역시 "감추고 전도하는 경우도 있고, 오픈하고 전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렸다.

그는 "전도 초반에 한동안 신분을 감출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성교단이 신천지가 이단·사이비라고 만들어놓은 잘못된 고정관념과 선입견 때문"이라며 "신천지임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성경을 다 가르쳐주고 난 후에는 누구 할 것 없이 성경도 전도방법도 다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탰다.

신천지 총회 관계자도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처음에 신분을 안 밝힌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선교센터 과정으로 넘어가면 신천지임을 안 밝힐 수가 없다. 공부를 하게 되면 다 오픈하고 만난다"고 했다.
[과천=뉴시스] 최동준 기자 =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신천지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사단법인 허가 취소에 돌입한 3일 경기 과천의 한 신천지 교회 시설이 일시적 폐쇄돼 있다. 2020.03.03. photocdj@newsis.com


신천지는 이날 기준 서울시에 비영리법인 '새하늘 새땅 증거장막성전 예수교선교회'로 등록돼있다. 서울시는 신천지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신도명단을 늑장·허위 제출하고 전수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하는 등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근거로 법인등록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13일 청문회를 열어 신천지 측 설명을 듣고 이르면 16일 취소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이만희 총회장에 청문회 관련 공문을 보냈지만 누가 올 지 등에 대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밝혔다.

신천지 총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청문회와 법인 취소건에 대해선 법무팀이 관리하고 있다. 법인 취소 결정이 날 경우에는 행정 소송 진행 등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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