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불신임' 한국당 후폭풍…"黃 사당화" "당 말기 증세"(종합)

기사등록 2019/12/04 17:18:47

당 최고위원회 임기 연장 불허 결정에 비판 쏟아져

"이게 살아있는 정당인가" "정당 민주주의에 역행"

충청권 중진 정진석, 靑 앞 천막 찾아 고함 치기도

김용태 "단식하며 당 장악 구상했나" 황교안 비판

나경원 "원내대표 발걸음 여기서 멈춘다" 수용 의사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다음날인 4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오른쪽). 황교안 대표가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왼쪽).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에게 "고생 많았다. 당 살리는 일에 함께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2019.12.04.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유자비 문광호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임기 연장 불허 결정을 두고 4일 여진이 이어졌다. 당내에서 "명백한 월권"이라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한편 나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며 지도부 결정을 수용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태흠 의원은 공개 발언을 신청해 전날 최고위원회가 나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의결하며 사실상 불신임한 것과 관련, "참으로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 "이게 살아있는 정당인가" 등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오는 10일 임기가 만료된다.

김 의원은 "참 어이없고 황당하다. 선거일 공고하는 권한을 당 대표가 갖고 있다고 해서 그걸 적용해 최고위에서 의결한다? 참 웃긴 얘기"라며 "모든 원내대표가 이후 연임이 됐든 다음 경선이 됐든 (이를 결정할) 권한은 의총에 있다"고 분개했다.

이어 "최고위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연장할지 새로 선임할지 결정하는 권한을) 원점으로 의총에 되돌려달라"며 "어쨌든 절차를 밟아야 한다. (황 대표는) 자기 권한 밖의 일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장제원 의원, 정유섭 의원 등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장 의원은 "정당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최고위 의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당 총재 혹은 당 대표가 임명하던 원내총무직을 원내대표로 격상하고 의원총회를 통해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은 원내정당화라는 정당 개혁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의원총회의 고유 권한을 최고위원회가 행사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는 취지로 항의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모두발언 후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김 의원은 발언에서 당 지도부의 나경원 원내대표 임기 연장 불허 결정을 규탄했다. 2019.12.04.kkssmm99@newsis.com
정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정당 민주주의에 어긋난 것이다. 월권이고 선례가 되선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지금 시스템이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 체제인데 원톱 체제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투쟁천막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선 충청권 중진인 정진석 의원(4선)이 당 지도부를 향해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천막 안에서 박완수 사무총장 등과 비공개로 논의하면서 "왜 당대표하고 원내대표는 비판받으면 안 되는가"라며 고함을 쳤다. 주변 의원들의 만류에도 그는 "고함 칠만하니까 치는 것이다. 너무한다"고 따지며 "정신차리라고 고함치는 것"이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김세연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이 정말 말기 증세를 보이는 것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당 지배구조에 근간을 허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내대표 경선 공고를 당대표가 한다는 규정을 갖고 권한을 과대해석해서 나온 문제인 것 같다"며 "물러나는 원내대표가 후임 선출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지만 일종의 당사자일 수 있으니 또 다른 대표성을 가진 당직자가 그것을 관리하는 '공고권'이 아니라 '공고 의무'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일표 의원도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원내대표의 선출과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의원총회에 있다"면서 "의원총회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위가 나서서 임기 연장을 불허한다며 신임 원내대표의 선거공고를 하는 것은 권한 없는 일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김용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이 당 대표의 사당임을 만천하에 보여준 것"이라며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를 망각하고 1년여간 동고동락해온 원내대표를 망신창이로 만들어 내쳤다. 읍참마속이라더니 마속이 황 대표 측근이 아니라 나 원내대표였던 셈"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가 단식하는 동안 무슨 구상을 했는지 분명해졌다. 친정체제를 구축해서 당을 완전하게 장악하는 것이었다"며 같은 날 3선의 김영우 의원이 당 쇄신을 촉구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언급, "김 의원이 살인성인 불출마 선언하는 날, 한국당은 사당화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고 한탄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9.12.04. dahora83@newsis.com
논란이 확산되자 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황교안 대표와 박완수 사무총장 등 지도부는 청와대 앞 투쟁천막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마친 후 국회로 돌아와 나 원내대표 집무실을 먼저 찾았다.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와 7~8분 가량 비공개로 면담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나 원내대표에게) 고생 많았다. 앞으로도 당 살리는 일에 힘을 합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의총에서 최고위가 원내대표 임기 연장의 결정권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 데 대해선 "당 최고위를 소집해서 법률을 판단해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완수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다양한 의견들이 있으니까 의원들 중에 찬성하는 분도 있고 일부 반대하는 분도 계시다"며 "하여튼 당이 어려우니까 우리 당이 다 뜻을 모으자고 그렇게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가 최고위 결정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며 "오늘 의원총회에서는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발전 그리고 당의 승리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자유한국당 승리를 위한 그 어떤 소명과 책무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부족한 저에게 기회를 주시고 믿어주신 국민 여러분과 의원 여러분, 그리고 당직자와 보좌진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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