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뒤흔든 내부고발장…"트럼프, 외세 선거개입 요구"(종합)

기사등록 2019/09/27 11:37:30

"백악관, 시스템 남용해 젤렌스키 통화 은폐 시도"

"통화 전에도 우크라 압박 시도 정황 이어져"

【서울=뉴시스】미 하원 정보위가 26일(현지시간) 공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고발 문건. 2019.09.27.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26일(현지시간) 공개된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고발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부에 2020년 대선 개입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거론돼 있었다. 아울러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내용을 은폐하려던 정황도 드러났다.

◇트럼프, 우크라 대통령에 사실상 대선개입 요구

하원 정보위가 이날 전체공개한 고발장은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 및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수신인으로 하고 있다. 고발자는 문건에서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외국을 개입시키기 위해 직무상 권력을 이용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명시했다.

고발자는 최근 4개월 간 적어도 6명 이상의 미 당국자가 기관 간 업무 등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했으며, 복수의 당국자들이 동일한 패턴의 사실관계를 전한 만큼 해당 정보에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고발자가 관련 기록에 직접 접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부고발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내부고발장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문제가 된 지난 7월25일자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 내용은 이를 직접 청취한 백악관 관계자들에 의해 고발자에게 전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2020년 재선에 도움이 될 만한 행동을 취하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 외에도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개입과 관련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 등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및 윌리엄 바 법무장관을 만나거나 이들과 대화하라고도 강요했다.

◇백악관, 시스템 남용해 통화기록 은폐 시도

고발장에 따르면 해당 정보를 알려준 백악관 당국자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했다고 한다. 내부고발자는 아울러 이들로부터 백악관 변호인들이 문제의 통화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이후 백악관은 조직적으로 해당 통화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고발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할 당시 백악관 정책 담당자 및 당직자 등 총 10여명이 상황실에서 이를 청취했다. 외국 정상과의 관례적인 통화일 것으로 예상하고 별도로 접근을 제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화 이후 며칠 간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해당 통화기록 노출을 막기 위한 개입에 나섰다. 특히 백악관 소속 변호인단은 당국자들에게 문제의 통화기록을 각료들이 접근할 수 있는 통상적인 컴퓨터 시스템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문제의 통화기록은 민감한 사항에 대한 기밀정보를 다루는 별도 시스템으로 옮겨졌다. 고발장 동봉 문건에 따르면 문제의 통화 녹취록은 국가안보회의(NSC) 정보부가 직접 관리하는 컴퓨터 시스템에 보관됐다. 해당 시스템은 비밀공작 등 민감한 수위의 정보 보관을 위해 마련된 독립적인 시스템이다.

고발자는 백악관 당국자의 설명을 인용해 "문제의 통화에는 국가안보적으로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해당 전자시스템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화 이전에도 우크라이나 정부 압박시도 정황

내부고발자는 아울러 문제의 통화 이전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하려는 여러 정황들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 공식 취임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취임식 참석 취소를 지시한 게 일례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향후 어떤 방식으로 행동할지 알기 전까진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남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하려는 일환이라는 게 고발자 설명이다.

아울러 미 행정관리예산국(OMB)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일주일여 전인 7월18일 정부기관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상대 미 군사원조를 유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통보했지만, 정작 OMB와 NSC 직원들은 해당 지시가 왜 내려왔는지를 알지 못했다는 게 고발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세 명의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7월25일 통화를 최소 일주일여 앞두고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에게 약 4억달러(약 4772억4000만원) 규모의 군사원조를 보류하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imzero@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