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종식 상징' INF 붕괴…미·러 군비경쟁 본격화

기사등록 2019/08/02 15:49:13

美, 폼페이오 성명 통해 탈퇴 공식화할 듯

"美, 수주내 이동식 크루즈미사일 실험예정"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냉전 종식의 상징으로 평가돼온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사실상 붕괴됐다. 미러 간 군비경쟁으로 인한 이른바 '신냉전 체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은 벌써 러시아를 겨냥한 미사일 실험을 예고하고 나섰다.

2일 CNN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INF 탈퇴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에선 지난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INF 참여 중단 법령에 서명한 상황이다. 역사적 조약인 INF 붕괴가 현실화된 것이다.

지난 1987년 체결된 INF는 미러 간 중단거리 미사일 감축·폐기를 규정, 냉전체제 종식의 상징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INF 파기를 선언했으며, 지난 2월1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조약상 의무 이행중단을 발표했다.

2월2일부터 INF 의무이행을 중단하고, 이후로도 러시아가 조약을 완전히 준수하지 않을 경우 6개월 내에 조약에서 탈퇴하겠다는 게 당시 미국 측 입장이었다. 이날이 딱 6개월째 되는 날이다.

냉전 종식 이정표로 평가돼온 INF가 이처럼 폐기 수순에 들어서면서 국제사회에선 미러 간 군비경쟁으로 인한 '신냉전 체제 부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세계는 귀중한 핵전쟁 제동장치를 잃게 될 것"이라며 "(INF 붕괴가) 탄도미사일 위협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국제적인 무기통제를 위한 새로운 공동계획으로써의 합의를 즉각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외교관계위원회(CFR) 부속선임연구원 로리 에스파시토 머리는 "이 조약의 붕괴는 유럽의 안보를 약화시키고 이 지역이 1980년대 일촉즉발의 불안정 체제로 돌아가리라는 전망을 고조시킨다"고 지적했다.

머리 연구원은 이어 "제한이 없는 시스템과 신기술을 다루기 위한 탄탄하고 획기적인 무기통제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미국과 러시아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위원회에서 활동한 존 울프스탈 핵위기그룹 국장은 러시아가 계속해서 중거리미사일을 개발, 이를 극동지역에 배치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동아시아 동맹국들은 물론 알래스카까지 러시아가 드리울 수 있는 위협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잔 테쇼 미 독일마셜펀드 유럽프로그램 책임자는 미국이 중국 등 신흥강대국들을 의식해 조약 탈퇴에 나섰다는 전제 하에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동등함을 얻기 위해 유럽의 안정성을 희생시킬 가치가 있다고 계산했다"며 "이는 유럽에는 비극"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CNN은 미 국방 관계자를 인용, "미국이 유럽에서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개발한 이동식 크루즈미사일을 실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실험은 향후 수 주 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그간 러시아의 INF 미준수에 대한 '미국의 응답' 격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imz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