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권침해 조사위, 2년 활동 마무리…"끝 아닌 시작"(종합)

기사등록 2019/07/26 17:36:16

2017년 8월25일 출범…26일 보고회 끝으로 종료

민갑룡 "인권 이해와 존중 부족했다…화해에 노력"

인권침해 진상조사 사건 피해자 상대 대국민 사과

순직 특공대원·유가족도 위로…10여초간 고개 숙여

백남기·용산참사·쌍용차·밀양 송전탑 사건 등 조사

권고 35건…집회 살수차 금지, 정보경찰 관행 개선

피해자단체들 "사과, 권고 이행 의지 표명 환영해"

쌍용차·민중총궐기 손배소 남아…"경찰, 거듭나길"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열린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보고회에 참석한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이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민갑룡 경찰청장. 2019.07.2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가 근 2년 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조사위는 2017년 8월25일 출범 이후 10개 사건에 대한 개선 권고를 했고 집회·시위 현장에 살수차가 사라지는 등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경찰청은 26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보고회'를 열었다. 이는 조사위 마지막 활동이다.

조사위는 2017년 7월19일 경찰개혁위원회 권고로 출범한 조직이다.

우선조사 대상으로 고(故) 백남기, 용산참사, 쌍용차,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건 등 5개 사건이 선정됐고, 활동 과정에 권고와 진정 사건이 더해져 모두 10개 사건에 대한 권고가 이뤄졌다.

우선조사 대상 5개 사건 이외 KBS 정연주 이사장 해임 이사회 공권력 투입 사건, 삼성전자서비스 고 염호석씨 시신 탈취 사건 등 모두 8건에 대한 본 조사가 이뤄졌다. 가정폭력 진정 사건 등 2건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 권고만을 했다.

당시 조사위는 집회·시위와 정보경찰, 무력 동원, 여론 조성 관행 등을 개선하라는 등의 권고를 했다.

집회·시위에서 살수차 배치를 금지하거나 노동·철거·언론 현장에 경찰력 동원을 최후·보충적으로 하라는 내용, 정보경찰의 사찰·회유 관행을 개선하고 통제장치를 마련하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권고 이후 경찰은 지적받은 부분에 대한 개선에 나섰고 상당 부분 조치가 이뤄진 부분도 있었으나 피해자들에 대한 대처 등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민갑룡 경찰청장은 전날 인권침해 진상조사 사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 발언을 하고, 조사위 권고에 대한 개선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확인됐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관해서도 쌍용차 사건 가압류를 관련자 전원에 대해 해소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다만 소송 취하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도 민 청장은 쌍용차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판단을 기다린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며 "대법원 판단의 취지에 따라서 그에 따른 조치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법원에서 화해권고를 결정한 민중총궐기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제시한 권고안을 적극 검토해 의견을 표명할 예정"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서울=뉴시스】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일지
행사에서 민 청장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더 큰 신뢰를 얻기 위한 절박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조사위 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또 "경찰력은 어떤 경우에도 남용돼서는 안 되며 절제된 가운데 행사돼야 한다"면서도 "그렇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고 원칙과 기준이 흔들리기도 했으며 인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과 절차에 따라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피해 회복과 화해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권고를 존중해 경찰 운영의 제도와 체계를 인권친화적으로 적극 개선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과거 경찰의 법집행 과정에서 큰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안타깝게 순직한 경찰 특공대원과 그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뒤 기립해 10여초 동안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조사위의 개선 권고 35건 가운데 27건을 조치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대화경찰관제 도입, 안전진단팀 운영, 살수차 원칙적 미배치, 헬기 저공비행을 통한 테이저건·다목적발사기 사용 금지 조치 등이 꼽힌다.

아울러 정보경찰 활동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인력을 감축했으며, 경찰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정보경찰 개혁 관련 법률 개정 등 미완료 과제 8건도 올해 안에 마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인권침해 진상조사 사건 피해 단체 관계자들은 입장을 내 "이제라도 경찰청장이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사과를 했고, 국민과 언론에 공식적으로 또 한 번 사과를 표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다수의 권고가 이행됐거나 이행 중이고, 향후 이행 계획과 의지를 밝힌 것 역시 환영한다"면서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서는 "대법원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소송 철회 권고 이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아울러 "향후 이런 이유로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여전히 일부 집회·시위 현장에서 목격되는 경찰권 남용은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약속은 끝까지 진실을 위해 싸워온 피해자들과 그들에 연대한 수많은 이들의 노력 덕분에 이룬 성과"라며 "경찰은 오늘의 사과와 다짐이 또 다시 거짓이나 희망고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s.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