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러시아대사대리‧중국대사 초치
러측 "철저한 진상조사 후 사실관계 공유"
국방부도 양국 국방무관 불러 엄중 경고
양 부처 "관련 정보 공유하며 긴밀 대응"
【서울=뉴시스】오종택 강수윤 기자 = 외교부와 국방부가 23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수차례 들락날락하고 독도 영공을 침범한 중국과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외교부는 23일 러시아 군용기 1대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한 것과 관련해 오후 3시 외교부 청사로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를 초치했다.
외교부는 타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사례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사안이 엄중하다고 보고, 이날 윤 차관보와 볼코프 대사대리의 모두발언을 언론에 공개했다.
윤 차관보는 차관보실로 입장한 볼코프 대사대리와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흐른 뒤 양측은 굳은 표정으로 인사나 악수도 하지 않고 사진을 촬영한 뒤 착석했다.
윤 차관보는 모두발언에서 "오늘 급하게 예정도 없이 (러시아) 대사를 초치한 것은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와 우리 영공 침범에 대해 엄중한 항의의 뜻을 전하며, 재발방지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볼코프 대사대리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신속하게 본국에 보고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거친 후 사실 관계를 한국 정부와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면담을 마치고 나가던 볼코프 대사대리는 '영공 침범을 왜 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국어로 "지금은 말 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변한 뒤 차를 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에 앞서 외교부는 중국 폭격기가 KADIZ에 무단 진입한 데 대해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도 외교청사로 불러들여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군 당국은 러시아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KADIZ를 무단 진입하고, 특히 A-50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나 침범한 데 대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국방부는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향후 동일 행위가 발생할 경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러시아 측에 경고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러시아 측에 강력히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오후 2시30분께 두농이(杜農一)·류자오(刘昭) 주한 중국대사관 국방무관을 초치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한편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전 중국의 폭격기(H-6) 2대와 러시아 폭격기(TU-95) 2대·조기경보통제기(A-50) 1대 등 5대가 동해상을 연합 비행하며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수 차례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A-50 1대는 독도 인근 영공을 두 차례나 침범해 군이 F-15K 전투기를 출격시켜 360여발의 경고사격했다.
영공을 침범한 타국 군용기를 향해 우리 전투기가 경고 사격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KADIZ에 진입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참 관계자는 설명했다.
ohjt@newsis.com, sho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