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기자회견 등 통해 잇단 반박-재반박
절제된 표현으로 확전까지는 자제 분위기
협상 동력 최대한 살려가려는 의도 관측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직후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영변 핵시설 해체를 제안하며 '전면적 제재 완화', 사실상 제재 해제를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뿐만 아니라 협상 지렛대로 사용해온 '제재'를 '영변 페기'만으로는 내려놓지 않겠다고 재차 확인하는 동시에 "영변 시설 외에도 굉장히 큰 규모의 핵시설이 있다"고 밝히며 또 다른 곳의 우라늄 농축 관련 시설을 자신들이 알고 있는데 대해 "북한도 놀라는 것 같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곧장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자 북한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이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은 지 11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0시15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2시15분)께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의 옆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앉았다.
리 외무상은 이번 회담 때 미국에 영변의 모든 시설을 미국 전문가가 입회한 가운데 영구 폐기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렬의 원인으로 꼽은 '전면적 제재 완화 요구'가 '민생'에 한정된 일부 제재만을 해제해달라고 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3월의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부터였다. 이후 대북제재는 2017년 12월의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까지 겹겹이 쌓이면서 북한의 돈줄을 틀어막았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극히 이례적으로 기자들과 질의응답까지 진행하며 '민생용'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반복했다. 또한 "영변 핵 단지 전체에 대한 영구적 폐기"라고 거듭 확인하며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천재일우의 기회', '미국식 계산법', '국무위원장 동지의 의욕' 등의 표현을 통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모두 미국을 직접 겨냥한 메시지다.
북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보도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만나 북미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건설적이고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했다고 선전했다. 그리고 "생산적인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 길을 오가며 이번 상봉과 회담의 성과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데 대하여 사의를 표했다"며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고 추후 협상이 재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한 비난은 없었다. 또한 두 정상이 웃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북한과 미국이 협상 결렬 원인을 놓고 장외전을 이어가고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협상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회담을 지속하겠다는 대외적인 메시지와 인민들을 안심시키려는 대내적 메시지를 모두 담담히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jikim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