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초·중학교는 '시민' 과목 생겨
고교, 시민·토론·미디어 리터러시 중 선택
토론·논술 등 수업·평가도 과정 중심으로
교대·사범대 민주시민교육 중점학교 선정
공간혁신·행사 기획 주도…학생총회 가능
교육부가 13일 발표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학교 내 교육과정과 교사, 학생자치활동을 강화하는 등 학교 전반에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한 정책들이 추진된다.
◇ 정치무관심·차별·혐오·갈등…민주시민교육으로 해결해야
교육부가 주로 참고한 사례는 지난 1997년 영국의 크릭보고서(Crick's Report)다. 영국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반사회적 혐오행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고용부에서 학교 시민교육과 민주주의 교육 강화를 선언하고, 버나드 크릭(Bernard Crick)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시민교육자문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자문위원회는 시민교육을 의무화하고,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 강화 등을 권고한 이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교육부는 한국 역시 당시 영국처럼 계층과 세대, 성별, 이념 간 갈등과 혐오문제가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발생해 사회 통합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0여년째 3위를 유지하고 있다. 1위와 2위는 멕시코와 터키다.
교육부는 민주시민의 역량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핵심가치에 대한 지식과 이해 ▲타인의 권리와 존엄성을 존중하고 다원성을 인정하는 시민적 관용 ▲공공생활에 적극 참여하고 실천하는 시민적 효능감 ▲사회·정치적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비판적 사고력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와 상생의 원칙에 따른 협력과 연대 등 6가지를 제시했다.
교육부는 우선 국내 상황에 맞는 민주시민교육 목표와 기본원칙은 내년 정책연구를 거쳐 마련할 예정이다. 프랑스 등 해외 민주시민교육 교육과정과 교과서도 분석해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 '시민' 과목 개설…참여형 수업·논술 평가 도입
2022년에는 차기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시민교육을 위한 핵심과목 육성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관련 교과목을 통합하거나 '시민'(가칭)이라는 교과로 신설하고,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시민 ▲토론 ▲미디어 리터러시 등 선택과목을 개설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미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도덕과 사회, 국어, 미술 등 일부 과목에 흩어진 상태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다양한 매체를 이해하고,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해서 분석하고 평가하며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당장은 주요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대폭 개정하는 대신 2020년 일부 개정을 통해 총론으로 민주시민교육 요소를 강화하고, 보조교재와 교사 연수 등을 통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기로 했다. 또 토의와 토론, 주제중심 프로젝트 등 참여형·협력형 모델이 될 만한 수업사례를 발굴해 확산할 예정이다.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교수학습 및 평가방식도 바뀐다. 줄세우기식 평가방식 대신 학생들이 의견을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참여·실천 중심의 교수학습방법이 적용된다.
평가는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과정중심의 관찰평가와 학생 성장·발달 수준 진단이 가능한 논술형 평가방법을 2020년까지 개발해 지원할 계획이다.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교장과 교감, 교사 연수도 강화된다. 우선 생애주기별 직무연수와 자격연수에 관련 내용을 강화하고,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과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예비교사 때부터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대와 사범대, 교직과목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된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민주시민교육의 내용을 교육과정에 편성·운영하는 중점 교대와 사범대를 선정·지원하고, 교직과목에 민주시민교육 관련 내용을 강화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내년 교육과정에 민주시민교육 요소를 강화하고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학교 51곳 내외를 '민주시민학교'로 선정해 일반학교에 우수사례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교육주체인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학교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제도와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공간수업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교사들과 협의해 매일 공부하고 생활하는 공간을 직접 결정하고 바꿔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학생총회 개최도 가능…주요 의사결정 참여 권한 보장
그러나 내년에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학생회 활동은 법적으로 보장된다.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 토론회를 거쳐 선거를 치르는 등 직접 민주적 선거절차를 경험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자치회실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공간과 예산 배정을 권장하고, 학생회의 예산 편성 및 결산권을 보장한다.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등 학교운영과 학습에도 참여를 보장하고 권한도 강화한다.
학생회는 모든 학생들이 참석하는 학생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또 입학식이나 졸업식, 축제, 각종 캠페인 등을 직접 기획·운영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과 재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학칙과 급식, 교복, 학교시설 개선, 학사일정, 교육과정, 현장체험학습 등 학교운영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넓히기로 했다. 학생회 대표는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기회는 물론 공청회와 설문조사, 학생회 차원의 의견 제출 등 다각도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이같은 민주시민교육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내년 ▲시민교육 ▲인권 ▲평화·통일 ▲양성평등 등 주제별 정책협의회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주시민교육 자문위원회를 통해 교육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민주시민 양성은 교육기본법의 중요한 교육이념이나, 지식 중심의 교육에 치중해 그동안 학생들의 시민적 역량과 자질을 키우는 것에 소홀했다"며 "민주시민교육은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참여와 실천을 통해 생활 속 민주주의를 확산해 학교현장의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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