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폭로한 비리 사립유치원 이슈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이슈로 최대한 판을 키워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의한 국정조사 등 자유한국당의 대여공세를 막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듯 하다.
비리 사립유치원 이슈는 지난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의원의 폭로로 처음 불거졌다. 박 의원의 비리 사립 유치원 실명 공개는 국민적 공분을 사며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를 두고 사립유치원 업계는 반발하고 나섰지만, 교육부는 오히려 한유총의 숨통을 조이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유 장관은 지난 21일 진행된 비공개 당정청 회의와 23일 당정 회의를 열고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문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공립유치원 40% 조기 달성과 2020년까지 모든 유치원에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적용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 개별 유치원의 모집중지, 집단 휴원 등을 제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비리 사립유치원으로 불거질 수 있는 교육 대란을 막기 위해 청와대까지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만에 하나라도 불법적이거나 아이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민께 약속드린 데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이는 신입 원아모집 중단 또는 휴·폐업 움직임을 보이는 유치원을 향해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날린 동시에 유은혜 장관이 사립유치원을 상대로 펼친 교육 정책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쏘아 올린 이슈를 토대로 펼친 유 장관의 정책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지원사격한 셈이다.
반면 한국당은 정부 정책에 다소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당 관계자는 30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국가보조금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사항"이라면서도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는 건 재정적 한계가 있다. 국공립 유치원 위주로 가는 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걱정스럽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제기한 비리 사립유치원으로 이슈가 쏠릴 경우 한국당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공공기관 채용비리건'에 대한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정부가 펼치는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 유 장관의 임명을 더이상 반대할 명분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평화당은 일단 지켜보자는 쪽이다. 평화당은 민주당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지역 민심 등을 고려해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비슷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비리가 있으면 엄격하게 처벌하고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당 차원 대응 방안은 정하지 못했다.
정의당은 사립유치원 설립 시 개인이 아닌 법인만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 발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립유치원은 최소한 법인격을 가지고 투명한 회계운영과 민주적 운영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장관이 부임 후 첫 해결과제인 비리 사립 유치원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이번 정책이 사회 부조리를 없애는 결과로 이어질 경우 그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잠재우고 앞으로의 정책에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 장관이 첫 시험대에서 좌절로 끝난다면 인사청문회 과정부터 따라다닌 '반대 여론'에 힘이 실리면서 사퇴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사립유치원을 압박하는 단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어떻게 바꾸는가가 문제"라며 "실적을 내지 못하면 유 장관에 대한 한국당의 공세뿐 아니라 여론도 악화돼 문제를 제기한 여권의 부담도 점점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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