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委 전문·상설화…안건 내고 책임까지 진다

기사등록 2018/10/05 11:12:09

금용·법률·복지 등 3년이상 경력자만 위원 추천

차관급 상근위원 3명 위촉하고 月1회 상설화

가입자단체 "기금위 독립성 침해…명백한 개악"

박능후 장관 "각계각층 의견 충분히 수렴·반영"

【세종=뉴시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7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18.10.05.(사진 = 보건복지부 제공)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위원의 자격요건을 신설하고 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수렴에 들어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5일 2018년도 제7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운영개선방안'을 논의하고 '2018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심의·의결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금운용위원회 개선방안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제도 개선과 마찬가지로 위원회 위원들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필요한 부분은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전문성과 가입자 대표성이 상호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위원들의 의견을 고려한 결정이다.

 ◇ 민간위원 3년 이상 경력자만 위촉…안건 부의권 준다

 현재 기금운용위원회는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당연직 정부위원 5명, 위촉직 민간위원 14명(사용자 대표 3명·노동자 대표 3명·지역가입자 대표 6명·관계전문가 2명)으로 꾸려진다.

 개선방안은 민간위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상시 참여토록 해 기금운용위원회의 실질적인 권한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시행령 개정으로 위촉직 위원에게 자격요건을 요구하기로 했다. 요건은 대학에서 금융·경제·자산운용·법률·사회복지 등 분야 조교수 이상 직이나 박사학위 소지자로 이 분야 연구기관·공공기관에서 3년 이상 재직한 사람, 변호사·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 중 이 분야 업무 3년 이상 담당자다.

 기금운용위원회를 놓고 그간 복지부가 올리는 안건을 그대로 처리하는 이른바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으나, 앞으론 전문성을 갖춘 위원들이 직접 안건을 만들고 그에 따른 책임까지 지게 된다.

 기존에 사용자 단체와 노동자 단체, 지역가입자 단체 등에서 추천한 위원들은 모두 해당 자격요건에 못 미친다. 운영방안이 바뀔 경우 전원 사퇴한 뒤 단체들로부터 새로 추천을 받아야 한다. 새 위원회는 시행령 개정 등이 이뤄지는 대로 준비기간과 유예기간(3개월)을 거쳐 재정비된다.

 위원들에겐 기금운용위원회에 안건을 낼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권한이 강화되는 만큼 위원 위촉 땐 가입자 단체 추천 별도 '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돼 위촉 심사를 전담한다.

 대신 윤리적·도덕적 책임을 지침에 구체화하고 위반 시 해촉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한다. 위원회 활동내용을 담은 연차보고서가 공개되면 책임성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보고 있다.

 위원회 상설화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한 상임위원 대신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상근위원을 둘 계획이다. 위촉직 민간위원 가운데 사용자·노동자·지역가입자 등 유형별로 1명씩 총 3명이 위원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복지부 장관이 위촉한다.

 이들은 투자정책, 수탁자책임, 성과평가보상 등 3개 소위원회 위원장을 1명씩 맡아 전담한다. 당연직 정부위원과 같은 차관급 정무직공무원 수준의 지위와 보수를 인정하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공무원이 아닌 민간 신분을 유지한다.

 소위원회는 기금운용 관련 모든 안건·정책·현안을 검토해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한다. 연간 6~8회 열리던 회의는 상근위원 위촉으로 월 1회 정례화한다. 안건도 기금운용 정책 수립, 기금운용본부 감독 등으로 명확히 규정된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 운영 방식을 참고했다.

 위원은 투자정책과 수탁자책임 소위원회는 9명씩, 성과평가보상 소위원회는 6명이다. 전원 기금운용위원회 위촉직 위원으로만 구성된다.

 원활한 위원회 활동 지원을 위해 복지부엔 사무기구가 설치된다. 복지부 장관이 지명한 사무기구의 장은 기구 총괄은 물론 기금운용위원회 간사 역할까지 맡는다.

 ◇ 법 대신 시행령 개정…가입자단체 "관치 강화" 반발

 복지부는 국정과제인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 및 권한강화 등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추진해왔다. 그러나 과거 13~16대 국회가 열리는 2003~2016년 관련 법률안이 17회나 발의되고도 모두 폐기된 바 있어 정부안을 내놓더라도 국회에서 반대안이 나오는 등 상당한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복지부는 법률 개정보다 정부 자체적으로 의결·공포 가능한 하위법령 및 지침을 개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견 수렴을 거쳐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나오면 40일간 입법예고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친다. 이후 국무조정실 규제심사 및 법제처 심사를 거쳐 차관·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하게 된다. 지침 개정은 시행령 개정시점에 맞춰 기금운용위원회 의결 후 곧바로 시행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최근 기금 고갈시기 단축 등 재정계산 결과와 더불어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기금의 장기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많다"며 "이런 요구에 맞춰 기금운용위원회가 전문성·독립성을 갖추고 실질적인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대노총 등 가입자 단체들은 이번 기금운용체계 개편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306개 단체가 참여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전날 낸 논평에서 "복지부의 기금운용체계 개편 추진은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모두 명백한 개악"이라고 맞섰다.

 이들은 자격요건 신설에 대해 "지금까지 기금운용에서 고위험 자산투자의 비중을 제어하고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으로부터의 외부적 개입을 차단한 것이 가입자 대표의 역할"이라며 "기금운용의 최상위기구인 기금위의 자격요건을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자 기금위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무기구의 장을 복지부 소속 공무원 중 복지부 장관이 지명토록 한 데 대해서도 "사무기구가 설치된다면 기금위에 두고 기금위에서 사무기구의 장 및 주요 부서장에 대한 임면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용자와 노동자 등 해당 단체가 추천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단체 의견을 무시하는 건 이런 체계에서 어렵다"며 "그 단체가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천 단체 의견을 반영해 안건을 내는 만큼 독립성과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을 거란 얘기다.

 이날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 징수업무 위탁사업, 국민연금공단 사옥운영 및 임대사업 등 2개 사업에 대한 추가예산을 심의·의결했다. 4대보험 통합징수 우편요금이 인상되고 국민연금공단 임대사옥 공공요금 및 재산세 등 납부세액이 늘었기 때문이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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