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성희롱 전력도 모른 채 5천명이 투표…서울대 총장 선거 도마

기사등록 2018/07/04 19:30:41

후보자들 놓고 학생 4846명, 교원 384명 투표 참여

"총장추천위에 실명 제보만 가능…검증 부실해"

학생들 "직선제라지만 정보 너무 없어 권리 침해"

총학생회 "내일 회의 거쳐 대응 방향 결정할 예정"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차기 서울대 총장 후보로 최종 선출된 강대희(55)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과거 성희롱 사건으로 학내 주요 직책에서 물러났던 사실이 드러났다. (뉴시스 7월3일 보도 <[단독]강대희 서울대 총장 최종후보, '성희롱·표절' 도덕성 논란> 참조) 이에 이번 서울대 총장 선거 과정에서 검증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서울대 총장 선거는 개교 72년만에 최초로 학생들의 투표를 반영해 진행됐다. 지난해 말 총장 선출 방식이 개선돼, 종전 교수와 직원만 참여했던 정책평가단의 범위를 학생과 부설학교 교원들에까지 확대한 것이다.

 학생들은 전체 학생이 투표에 참여 가능토록 했으며 학생 투표 결과는 교원 등 다른 정책평가단 인원의 9.5%로 환산 반영됐다. 학생들 외에 전체 전임교수의 16%인 교수 336명과 교직원 47명, 부설학교 교원 4명이 정책평가단 인원에 포함됐다. 전체 정책평가단의 투표 결과는 75%로 반영되며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의 평가가 나머지 25%를 차지했다.

 실제 투표에서는 평가단에 등록한 학생 총 8029명 중 60%가 넘는 4846명이 한 표를 행사했으며, 교원은 등록자 387명 중 99%에 달하는 384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총추위가 예비후보자 5명 중 정책평가단(75%)과 총추위(25%) 결과를 합산해 뽑힌 총장 후보자 3명을 이사회에 추천했으며, 이사회는 내부 논의와 투표 끝에 강 교수를 선출했다.

 최종 선출까지 다 끝나고 뒤늦게 강 교수의 성희롱 전력이 공론화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결국 선거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검증되지 않은 데서 생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총추위 단계의 검증에서 제보나 문제 제기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등, 제도적 부실 탓에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 설명이다. 정책평가단의 정책 발표와 현장 투표에서는 누군가 실명으로 선뜻 이의 제기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총추위의 역할이 선거관리위원회에 그치지 않고 평가단의 일원도 겸임한 부분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김명환 서울대 인문대 교수는 "선거관리위원회 역할에만 충실해야 할 총장추천위원회가 25%의 평가 점수를 반영할 권한을 가지도록 한 규정으로 인해 간선제의 폐해만 두드러졌다고 본다"며 "강 교수에 대한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결국 검증도 부실하게 됐다는 뜻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서울대 관계자는 "총추위는 이번에 실명 제보만 허용했다. 이건 잘못이고 검증이 부실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학생들 역시 강 교수에 대한 이슈 등이 사전에 알지 못했던 정보인 데 대해 상당수가 반발하고 있다.

 이번 정책평가단 투표에 참여했다는 재학생 윤모(22)씨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정보를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검증을 총추위에서 하는데 검증이 제대로 됐는지, 절차가 있었는지조차도 몰랐다"며 "직선제에 가깝다고 학교 측은 말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알려진 바가 없어 권리를 침해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도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공식 논의를 거쳐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우선 상황을 파악하고 5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거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whynot8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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