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구은수 前청장, 백남기 사망 책임 없다"…1심 무죄

기사등록 2018/06/05 16:04:29

法 "상황센터서 살수 구체적 인식 어려워"

"시위 전 대책회의에서 안전 주의 촉구도"

현장지휘관, 살수요원 2명에겐 유죄 인정

벌금 700만원~징역8월·집행유예 2년 선고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2018.06.05.myjs@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서 살수차 운용 감독을 소홀히 해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을 야기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은수(60)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가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은 5일 구 전 청장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공판에서 구 전 청장에게 무죄가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현장지휘관이었던 신윤균 전 제4기동단장(총경)에게는 벌금 1000만원, 살수요원 한모·최모 경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과 벌금 700만원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 4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구 전 청장 금고 3년, 신 전 단장 금고 2년, 한 경장 징역 1년6개월, 최 경장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금고는 형무소에 구치돼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지만 징역처럼 강제노동은 시키지 않는 처벌이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에 대해 "사건 당시 상황센터 내 피고인 자리와 화면까지 거리, 화면 크기, 무전 내용 등을 고려하면 종로입구 사거리에서 일어난 살수의 구체적 태양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총괄책임자으로서 시위 이전 경비대책회의에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등을 강조하고 살수차를 최후 수단으로 사용할 것으로 원칙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또 현장지휘관들에게 안전 관련 주의사항을 촉구했다"며 "이런 사실들에 비춰보면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에게 피해자 사망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 전 청장은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극렬한 시위로 인해 경찰은 물론 일반 시민도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당하게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백남기 농민의 사망은 경찰관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며 "국민은 물론 경찰관도 애석한 마음을 금할 도리가 없다"고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지난 2015년 11월14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차벽에 밧줄을 걸고 당기던 중 경찰의 물대포를 직사로 맞고 쓰러져 있다. 2015.11.14.suncho21@newsis.com
재판부는 한·최 경장에 대해 "살수 당시 시위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은 피해자 머리를 포함한 상반신이 물줄기에 먼저 타격되도록 살수차를 조작했고, 살수차로부터 약 18m 거리에 서 있던 피해자에게 안전함을 넘는 강한 수압으로 살수를 지속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살수로 인해 피해자는 중심을 잃고 아스팔트 바닥에 강하게 후두부를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 전 단장에 대해서는 "현장지휘관으로서 살수요원이 과잉살수를 하면 중단하게 하고, 부상자 발생 시 구호업무를 지시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시위 총괄지휘관이었던 구 전 청장은 당시 살수차가 백씨 머리를 겨냥해 직사가 이뤄지는 상황을 인식하고도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신 전 단장은 살수차가 처음부터 시위대의 머리를 향해 강한 수압으로 수회에 걸쳐 고압 직사 살수를 하는데도 이를 방치한 혐의가 적용됐다.

 당시 백씨는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뇌사 상태에 빠졌고, 다음 해 9월25일 사망했다.

 백씨 딸 도라지씨는 결심공판 유족 최후진술에서 "저희 가족이 겪는 고통과 슬픔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피고인들이 법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이 재판을 볼 수록 더 강해진다. 합당한 죄값을 치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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