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최고위급 18년만에 '군복벗고' 美대통령 예방…'자존심' 보다 '실리'

기사등록 2018/06/03 07:51:00
【워싱턴=AP/뉴시스】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80여분에 걸친 대화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18.06.02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가운데, 김 부위원장의 양복 정장 차림이 눈길을 끈다.

 특히 18년만에 미국을 방문한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인 김 부위원장의 옷차림은 지난 2000년 북한 최고위급 인사로 미국을 첫 방문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총정치국장 조명록 차수와 비교된다.

 조 차수는 당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만남에서 양복 정장 차림이었지만,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날 때는 계급장과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인민군 정복 차림으로 나타나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조 차수의 인민군 정복차림은 훗날 두고두고 회자됐다.

 그러나 김영철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는 달랐다. 김 부위원장 역시 최고 엘리트 양성 교육기관인 만경대혁명학원과 김일성군사종합대학교를 나와 인민군 대장까지 오른 인물로 전통 군 출신이다.

 그는 군 출신으로 인민군 총참모부 정찰총국장 등을 지내고 현재는 통일전선부장으로 대남관계 업무 뿐만 아니라 대미 업무까지 총괄하고 있지만, 이번 방미에서 평범한 정장 차림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달고 백악관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해 80여분 간의 논의 끝에 집무실 밖으로 나온 김 부위원장의 모습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자연스럽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는 등의 모습을 연출했다.

 이러한 김 부위원장의 행동과 옷차림 등의 배경에는 과거와는 달라진 북미 관계의 모습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과거 조 차수의 방미는 어느 정도 미국과 성과가 예상되는 상징적 방문이었다면, 이번 김 부위원장의 방미는 '성과'를 내야하는 실리 목적에 방점이 찍혀있다.

 과거처럼 미국 대통령 앞에서도 '자존심'을 세우던 인민군의 모습은 지금 형국에는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 연출이 필요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 김 부위원장이 미국 방문길에 오를 당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 싱가포르 등 여러 트랙에서 동시에 북미 간 대화와 접촉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언제 북미 대화의 판이 다시 깨질지 모른다는 전제는 남아 있는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차례 공개적으로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한 만큼,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을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행동을 자제하고 다가오는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70년 간 지속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본격적인 외교관계 정립을 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한편 이번 김 부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예방으로 북미 정상회담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 접견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날 것"이라며 "일이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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