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회 앞 100m 집회 일괄금지' 헌법불합치 결정

기사등록 2018/05/31 17:51:42

헌재, 재판관 전원 '헌법불합치' 결정

"국회는 내년까지 집시법 개정해야"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5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18.05.31.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국회의사당 앞 100m 이내 장소에서의 집회를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앞으로는 국회의사당 앞 집회가 지금보다 자유롭게 열릴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호 등에 대한 위헌법률 및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회는 내년 12월31일까지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집시법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재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는 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집회 주최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이 사실을 알면서도 집회에 참가한 사람은 5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또는 과료 대상이다.

 헌재는 이 규정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집해한다고 봤다. 헌재는 "국회의 헌법적 기능은 국회의사당 인근에서의 집회와 양립이 가능하다"며 "국회는 이를 통해 보다 충실하게 헌법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민의의 수렴이라는 국회의 기능을 고려할 때 국회가 특정인이나 일부 세력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보호될 필요성은 원칙적으로 국회 시설에의 출입이나 안전에 위협을 가할 위험성으로서의 보호로 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대한민국 국회는 국회 부지의 경계지점에 담장을 설치하고 있고, 국회의 담장으로부터 국회의사당 건물과 같은 국회 시설까지 상당한 공간이 확보돼 있으므로 국회의 헌법적 기능은 이를 통해서도 보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회의 기능을 직접 저해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소규모 집회', '국회의 업무가 없는 공휴일이나 휴회기 등에 행해지는 집회', '국회의 활동을 대상으로 한 집회가 아니거나 부차적으로 국회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 집회'처럼 국회의 헌법적 기능이 침해될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재 관계자는 "옥외집회 금지 규정 중 '국회의사당'에 관한 부분이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를 넘어 국회의사당 인근의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며 "이로써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상충하는 법익간의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으므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고 결정 의의를 설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 A씨 등은 지난 2015년 5월 국회의사당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개최된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법은 A씨 등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던 도중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위헌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또 B씨 등은 지난 2011년 11월 국회의사당 경계지점으로부터 30~40m 이내의 거리에 있는 국회 북문 앞에서 동문 앞까지의 고수부지, 국회 정문 앞 도로,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한미 FTA 반대' 집회를 주최하거나 참가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B씨 등은 1심 재판 도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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