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촬영회, 음란물과 예술의 경계는…"구분 쉽지 않아"

기사등록 2018/06/02 12:50:00

"예술 목적 촬영이라면 어디까지 노출 허용할지 불명확"

"본인 동의 촬영까지 처벌하긴 힘들어…결국 유출 문제"

"해외 사이트라면 더욱 수사 곤란…국제 공조 더해져야"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동의 아니라면 협박, 강요 성립"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유튜버 양예원(24)씨 등을 둘러싼 스튜디오 성추행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노출 사진 촬영 자체에 대한 비난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예술'이라는 핑계로 음란물 생산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건은 양씨가 유투브 영상을 통해 지난 17일 3년전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를 위해 찾은 합정동 한 스튜디오에서 촬영 도중 성추행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음지에서 이뤄지던 비공개 촬영회에 대한 정보가 처음으로 전달되면서 시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청와대에 올라온 국민청원에는 20만 명 이상이 동의해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파문이 커진 후 스튜디오 촬영회가 이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다는 사실이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SNS를 통해 "스튜디오 촬영회는 여성들만 모르고 있었던 공공연한 섹스산업이었으며, 2005년부터 성행했다"고 밝혔다.

 평범한 사진 동호회처럼 보이는 일부 조직들이 폐쇄적인 사이트 내부에서 사진을 공유하며, 다음 카페 등의 공개된 장소에서 희생양으로 삼을 일반 모델들을 계속 모집해왔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도처에서 수시로 이뤄지는 이런 음성적 노출 촬영회 자체를 처벌하거나 중지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촬영 자체에 대해서는 '음란물'과 '예술'의 경계를 구분해 처벌하기 불분명하다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란물의 기준이 애매하다. 예술적 이유로 촬영을 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의 노출까지 허용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결국 우리나라의 규범이나 도덕상의 논리로 평가해야할텐데 어디까지라고 얘기하기는 힘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본인이 동의해서 사진 찍는 것까지 처벌하기는 힘들다"며 "결국 촬영자가 모델의 동의 없이 사진을 유출해서 상업적으로 통용한다거나 하는 부분에서 처벌 범위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불법 음란 사이트가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더 어려줘진다. 국내 사이트와 달리 수사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음란 사진 유출 수사를 맡은 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에 의해 고소된 사이트들 가운데 하나 빼고는 전부 외국 사이트여서 사실상 수사에 장애물이 생겼다"며 "국내 사이트로 한정되면 수사할 수 있는 가해자 범위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에 이 교수는 "결국 정부 차원에서 외교부 등을 통해 치외법권과 공조 부분에서 힘을 더 쓰도록 돕는 수밖에 없다"며 "국제공조의 수사 대상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잠재적인 범죄자들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촬영 현장의 상황 등에 따라 피해자의 진술이 명확하면 강요죄 등으로 고소가 가능하며 재판 결과에 참작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태율의 김상균 변호사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해도 결국 사진의 노출 범위, 외설적 측면 등에 대한 수위가 감안이 될 수 있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며 "모델이 돈을 받아서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동의가 아니기 때문에 협박이나 강요, 강제추행의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촉발돼 비난 여론이 강해짐에 따라 비공개 노출 사진 촬영 등에 대한 경각심이 올라가고 처벌 수위도 엄격해지리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측은 "화면 속에서 옷을 벗고 미소를 짓는 여자들의 모습은 허구다. 제작형 포르노물은 피해 촬영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며 "우리는 봐도 괜찮은 포르노와 보면 안되는 포르노를 구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whynot8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