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전부 인정하지만 네이버엔 영향 없어"…드루킹 속내는

기사등록 2018/05/02 16:39:56

첫 재판서 "네이버 업무에 영향 없었을 것"

그러면서 "댓글 조작 공소사실 모두 인정"

법정다툼 의지 안 보여…"재판 신속하게"

수사 방어권 확보 위해 집유 판결 노리나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 씨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2018.05.02.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드루킹' 김모(48)씨가 첫 재판에서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인정했다. 법리 다툼조차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김씨는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 1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양모씨, 우모씨도 같은 입장이었다.

 이처럼 피고인이 혐의를 깨끗하게 인정하는 경우는 범죄 성립이 명백해 법정 다툼마저 의미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을 때가 대부분이다. 객관적으로 승산이 없는 상황에서는 공방을 이어가는 것보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재판부 양형 등에 있어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 이 같은 이유가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씨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부에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면서 "실질적으로 네이버에 업무상 영향을 크게 주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의 발언대로라면 피고인 측은 "공감수 조작을 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리 다툼 입장으로 나오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특활비를 상납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 국정원장들이 "특혜를 바라고 준 게 아니기 때문에 뇌물공여죄가 될 수 없다"며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과 유사한 논리이다.

 김씨 등이 받는 혐의는 컴퓨터 등 장해 업무방해이다. 허위정보, 부정한 명령 입력으로 정보처리장치 등의 손괴나 장애를 발생시켜 피해자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이다.

 즉, 김씨 등의 행위가 네이버 측 업무에 별 영향을 못 미쳤다면 "법적으로 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고 다퉈볼만하지만 이를 포기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구속상태인 김씨가 유무죄에 개의치 않고 일단은 집행유예 판결이라도 받아 최대한 빨리 석방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연루 의혹과 관련해 수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방어권 행사에 용이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드루킹 김모씨에 대한 엄중 처벌촉구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회원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특검 도입' 피켓을 들고 김씨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18.05.02.suncho21@newsis.com
실제로 이날 김씨 측은 혐의와 관련해 유리한 점을 역설하기보다는 재판을 어떻게든 빨리 진행시키려는 쪽에 더 중점을 뒀다.

 검찰이 압수물 분석이 끝났다는 점을 거론하며 다음 기일을 한 달 정도 후에 잡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자 김씨 변호인은 "기소하고 2주가 넘었는데 증거목록 제출도 못한 것은 의구심이 있다. 공소사실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재판을 신속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속내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첫 재판부터 혐의를 전부 인정하겠다는 건 집행유예 판결로, 그것도 빨리 끝내기를 기대하는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이달 16일에 열기로 했다.   
 
 김씨 등은 지난 1월17일 오후 10시2분께부터 다음날 오전 2시45분께까지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 공감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009년부터 드루킹(Druking)이라는 필명으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을 운영해왔으며, 검찰은 김씨가 경공모 사무실에서 회원들의 포털 사이트 아이디(ID)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사 댓글을 달거나 '공감' 버튼을 눌러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구속기한을 고려해 지난달 17일 평창올림픽 기사 관련 혐의만 적용해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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