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들, 친척상봉 추진 선언에 "전시성 행사 아니길…"

기사등록 2018/04/27 20:52:10

"이산가족 100명씩 만나서 언제 다 만나나"

"상봉행사에서 대화할 수 있는 건 딱 2시간"

"생사 확인 같은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해야"

"추첨 말고 모든 이산가족 고향에 가셨으면"

【수원=뉴시스】이정선 기자 = 경기지역 미(未) 상봉 이산가족 초청행사가 열린 10일 오전 경기 수원 이비스앰배서더 호텔에서 어르신들이 두 손을 마주 잡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2018.04.10. ppljs@newsis.com
【서울=뉴시스】채윤태 정윤아 기자 = 이산 가족들은 27일 남북정상이 이산가족 친척 상봉을 8·15 전후로 추진키로 선언한 데 대해 이산가족 상봉이 단순히 전시성 행사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남북정상은 이날 오후 평화의 집 1층 로비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선언)'에 서명했다. 특히 판문점 선언 1항 5조에 "남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남북 적십자 회담을 개최해서 이산가족 친척상봉 등 제반문제를 협의한다"며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심구섭 남북이산가족협의회 대표는 "8·15를 전후해서 금강산에서 만난다는 건데 저희가 바라는 건 그런 전시성 행사가 아니다. 90세 이상 실향민이 1만명이나 된다. 100명씩 어떻게 만나는가"라며 "바라는 것은 친척들의 생사 확인을 먼저 하고, 엽서를 주고받고 영상 전화를 하는 것이다. 이런 걸 해야지 금강산에서 100명씩 만나는 건 선심성"이라고 밝혔다.

 심 대표는 "북한에 편지도 잘 못보내는데 어떻게 고향에 가는가. 생사 확인을 먼저하고 편지를 주고받고… 이렇게 가족들 생사를 확인하는 것처럼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해야한다. 당장 북한 땅에 어떻게 가겠는가"라며 "앞으로 협회에서 영상전화를 주선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재 남북이산가족협회 대표는 "100명씩 만난다고 해도 이벤트성이지 않은가. 한 100명씩 모여서 우르르 모여서 밥이나 같이 먹고, 춤이나 구경하게 된다"며 "자연스럽게 가족들끼리 얘기하는 건 고작 2박3일 중에 3~4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모임이나 만들어서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이산가족찾기에 신청한 숫자 약 13만2000명 중에서 생존해 계신 5만명 중 4만명이 90대를 넘어갔다"며 "일단 생사만이라도 알게 해주는 게 이산가족의 슬픔을 달래줄 수있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박정희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사무국장은 "오늘 어르신들의 기대가 컸고 '통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게 맞나'하고 의심하시면서도 '정말 이뤄지는 건가' 놀라셨다"며 "오늘 봐서는 '통일 될 것 같다'며 기대를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 하고 있다. 2018.04.27.  photo1006@newsis.com
박 사무국장은 "정부에서 오늘 이후로 진전이 빨리 되면 8·15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통일은 둘째고 어르신들이 나이가 있으시니까 고향 땅을 밟는 게 우선"이라며 "3년 전에 이산가족 상봉을 했을 때 100명씩밖에 안 했다. 예전처럼 하게 되면 추첨이 안 되는 분들도 나온다. 그런 것 보다는 우선 순위로 모든 이산가족 분들을 단체로 고향땅에 가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지난 2015년 10월 북한 금강산에서 2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후 2년 넘게 열리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문재인의 한반도정책'에서 "이산가족 문제는 어떠한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하여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월9일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2월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으니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8월 15일 전후로 하려면 지금 한 3~4개월 남았으니 그 전에 적십자 실무자회담 등 접촉을 몇 차례 하려고 한다"며 "저희는 꾸준히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고향방문, 서신교환 등을 요구해왔고 적십자 회담 등을 통해 이 사안들이 구체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한편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의 이산가족 등록현황을 보면 지난달 31일까지 등록한 이산가족은 13만1531명이며 그중 생존자는 5만7920명으로 절반이 채 안 된다. 생존자 또한 70세 이상이 4만9969명으로 86.2%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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