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증평 모녀,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다르다" 수사 종결

기사등록 2018/04/27 15:35:39 최종수정 2018/04/27 15:52:23

지난해 남편·친정어머니 사별 후 심적 고통 시달려

"차량 3대 보유 등에 미뤄 복지사각지대는 아냐"

언니 가방 훔쳐 차량 판매사기 여동생은 검찰 송치

【증평=뉴시스】임장규 기자 = 충북 증평 모녀 사망사건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경찰은 모녀의 사망을 신변비관에 따른 단순 변사사건으로 종결 처리하는 한편, 숨진 언니 소유의 차량을 임의로 처분한 여동생에 대해선 별개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괴산경찰서는 27일 숨진 언니의 가방을 훔쳐 언니 소유의 차량을 판매한 혐의(사기,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로 구속된 A(36)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5일 증평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언니 정모(41)씨의 신분증과 도장, 휴대전화 등이 든 가방을 훔쳐 달아난 뒤 올해 1월2일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언니 소유의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를 중고차 매매상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차량을 1350만원에 매입한 중고차 매매상은 캐피탈 회사 저당권 1200만원이 설정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A씨와 정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모 구청에서 언니 명의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부정 사용한 A씨는 차량을 판매한 뒤 이튿날 인도네시아로 출국, 수개월 간의 해외 도피 끝에 입국해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정씨가 숨지기 전 5개월가량 언니와 함께 지낸 A씨는 조카와 언니의 사망 사실을 알고도 행정관청에 신고하지 않은 채 사기 등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언니 정씨는 지난해 11월 말 자신의 딸(3)을 극약을 먹여 살해한 뒤 수일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A씨는 경찰에서 "지난해 11월27~28일께 '딸에게 약을 먹였다'는 언니의 전화를 받고 언니 집에 가보니 조카가 침대에 누운 채 숨져 있었다"며 "'잠깐 잠을 자고 자수하겠다'는 언니의 말을 듣고 집을 나왔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12월5일 언니 집에 다시 가보니 언니도 숨져 있었다"며 "나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인감도장 등이 든 언니의 가방을 들고 나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언니 정씨는 지난 6일 증평의 한 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4개월째 관리비 체납을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 직원의 신고로 뒤늦게 사망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의 목과 가슴, 배 부위 등 6곳에는 흉기로 자해를 시도한 '주저흔'이 발견됐다. 침대 위에는 흉기와 수면유도제 1통, 극약 15봉지(600g)가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정씨의 사인은 '약물중독'으로 추정됐다. 부패 상태가 심한 딸의 사인은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부검 및 유서 필적감정 결과와 여동생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씨가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키로 했다.

 그러면서 '제2의 송파 세 모녀 사건'이라는 의견에 대해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는 지난해 9월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함께 살던 친정어머니가 지병으로 잇따라 숨지면서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신변비관에 따른 자살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모녀에게 빚이 있었다고 하나 억대의 임대 보증금과 고깃집 운영, 외제차 보유 등의 이력을 볼 때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거나 복지사각지대 그늘에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장애와 고령 등의 이유로 정말 먹고 살길이 막막했던 송파 세 모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숨진 정씨가 체납한 건강보험료(35만7410원)와 가스요금(9만원), 아파트 관리비 등도 사망 전후부터 내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정씨는 증평의 한 분양전환형 아파트(32평)에서 보증금 1억2900만원과 월 임대료 13만원을 내고 살았으며, 2700만원 상당의 차량 3대와 상가보증금 1500만원, 통장 잔액 256만7000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빚으로는 2~3금융권 7곳에서 빌린 1억5470만원과 신용카드 미납액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난해 9월 이전에 1년 3개월 가량 한국교통대학교 증평캠퍼스 앞에서 이름난 고깃집을 운영하고, 청주의 한 유명학원에서 과학·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학원 강사 시절에는 외제차를 보유했다고 한다.

 정씨는 유서에 "남편이 떠난 뒤 심적으로 힘들다. 딸을 데려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생활고', '경제적 어려움' 등의 내용은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증평군 공무원은 "군수가 복지사각지대 문제를 언급하며 공개 사과를 한 것은 성급했던 면이 없지 않나 싶다"며 "개인 가정사에 따른 신변비관이 제2의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졸지에 군청 공무원들만 죄인이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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