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영상 느낀 인공지능 DJ가 음악을 선곡하고 믹싱했다

기사등록 2017/11/01 14:41:24
【서울=뉴시스】 한국콘텐츠진흥원·SM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쇼케이스 현장. 2017.11.01. (사진 = 한콘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화려한 색감의 영상을 느낀(!) 인공지능 DJ가 신나는 음악을 선곡했다. 사람 DJ는 인공 DJ 추천곡 중 한 곡을 선택해 실시간으로 믹싱한다. 디제잉이 시작되면 인공지능 VJ가 음악에 자동 동기화되는 비주얼 효과를 영상에 적용시킨다.

미국 산타모니카에 본사를 두고 서울에 R&D 법인을 운영 중인 음악·기술기반 스타트업인 버즈뮤직과 2000년부터 클럽 DJ로 활동한 일렉트로니카 밴드 '이디오테잎' 디구루(Dguru)의 협업한 'AI, 당신의 순간에 감성을 입히다'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원장 직무대행 강만석)과 엑소·레드벨벳을 매니지먼트하는 SM엔터테인먼트가 1일 오전 서울 홍릉에 위치한 콘텐츠시연장에서 연 융합형 콘텐츠 협업 프로젝트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현장.

기술기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 구글캠퍼스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융합예술센터와 함께 음악과 인공지능(AI)이 만나는 미래형 콘텐츠를 쇼케이스 형식으로 선보인 자리다. 컴퓨터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작곡가 윤상이 사회를 봤다.

버즈뮤직의 이정석 대표는 쇼케이스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작곡가에게 창의성이 없어질 때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인공지능은 일종의 룰을 깰 수 있다"면서 "피카소가 '프로처럼 룰을 배워야 아티스트처럼 깰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도전 정신을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고등학생들이 랩 대결을 펼친) '고등래퍼'를 보고 깜짝 놀랐다. 비트를 정말 잘 찍더라. 앞으로 기술의 발달은 음악에서 창의성이 일부의 것일 뿐만 아니라 그걸 공유하는 계층을 넓어지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11011101 1과 0사이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를 주제로 열린 이날 쇼케이스에서는 지난 8월말부터 10주간 SM과 공동으로 진행한 6개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AI, 당신의 순간에 감성을 입히다' 외에 인공지능 개발자와 작곡가가 공동으로 음악을 작곡하는 '몽상지능', 인공지능 개발자·데이터 아티스트·사운드 아티스트 간 협업으로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플레이 위드 에러', 공간 맞춤형 음악생성 프로젝트 ‘에트모: 공간생성음악' 등이 선보였다.

음악 외에도 팬과 아티스트가 1:1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셀렙 봇',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비보이와 AI가 함께 안무를 창작하는 'BBOY X AI'도 진행됐다.

플레이 위드 에러의 박준배 리더는 "창작자의 경우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데 인공지능은 초반 창작 단계에서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다. 기계와 인간이 상호관계인 셈"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한국콘텐츠진흥원·SM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쇼케이스 현장. 2017.11.01. (사진 = 한콘진 제공) photo@newsis.com
이미 예술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상용화되고 있다. 예컨대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는 미국 UC산타크루즈대학 데이비드 코프 교수진이 개발한 AI프로그램인 에밀리 하웰은 2009년부터 여러 장의 음반을 발매했고, 스페인 말라가 대학이 개발한 작곡용 인공지능 이아모스의 작품 10곡을 2012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기도 했다.

대중음악계 역시 백그라운드 음악 작곡에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이 온전하게 작곡한 결과물을 한 창작물로 인정을 한다면 발매가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최근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인 '딥러닝'을 익힌 구글 알파고의 예처럼 진화하고 있다.

셀럽 봇을 만든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는 "음악은 인공지능에게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으로 상황을 나눠주기 어렵기 때문에 특정한 상황이나 과제를 세분화해야 한다. 셀럽 봇을 만들기 위한 일상 대화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알고리즘과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이 오히려 창작의 틀을 제한하는 일은 없을까. 예술로부터 감동을 받는 순간은 우연의 산물일 때가 많다.
 
이번 쇼케이스의 멘토인 한예종 융합예술센터 장재호 센터장은 "음악을 만들기 전에 악기가 먼저 있다.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기술적인 기반이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던지는 역을 했다"면서 "이런 실험을 통해 음악가들은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협업 팀인 '태싯 그룹'의 작곡가이기도 한 장 센터장은 그러면서 지난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알파고의 예상지 못한 수에 대해 유럽 프로기사 판후이 2단이 "정말 아름다웠다. 사람이 둘 수 없는 수를 뒀다. 바둑의 예술"이라고 말한 내용을 인용했다.

장 센터장은 "저도 그렇고 예술가들은 그런 경지를 보기를 원한다.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거 말이다. 그걸 인공지능을 통해 바라볼 수 있다"면서 "아직은 부족한 단계지만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위한 좋은 발판"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한국콘텐츠진흥원·SM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간담회 현장. 2017.11.01. (사진 = 한콘진 제공) photo@newsis.com
알파고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인공지능은 더 이상 예상할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만 결과물을 내놓지 않는다.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는 "현대의 AI는 단순한 알고리즘으로 인해 학습결과를 알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라면서 "어떤 글을 읽고 어떤 학습을 했느냐에 따라 의외의 판단과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했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에 의해 그간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예술까지 위협받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장재호 센터장은 "음악과 예술화는 일반화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면서 "AI가 어떤 곡을 만든다고 해도 새로운 예술로 받아들이는 건 저희들의 몫"이라고 했다.

이번 쇼케이스에 함께 한 SM은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AI 전문 기업인 오벤(ObEN)과 공동 투자해 홍콩에 AI 스타스 리미티드를 설립하는 등 국내 가요 관련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인공지능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
 
SM 프로듀싱본부 이성수 이사는 "인공지능 기술이 이끌어갈 콘텐츠의 진화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SM엔터테인먼트가 가진 문화기술로 콘텐츠와 인공지능이 함께 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아카데미운영팀 서희선 부장은 "인공지능이 콘텐츠를 만나는 상상을 우선 가장 친숙한 음악에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를 실감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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